지난 11월, 아들이 군대를 전역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점심 먹고 오후쯤
약속 있다며 나가면 다음날이다.
새벽 4시에 현관문 열고 들어오더니
"엄마, 미라클 모닝!"
친구들을 만날 거라면
점심 먹기 전에 나가지.
점심이든 저녁이든 밥은 먹고 나간다.
입이 늘었다.
그것도 많이 먹는 입이.
"그 생활 언제까지 할 거야? 일주일?"
"11월까지만 이렇게 지낼게요.
알바는 12월부터 시작할 거예요."
아들을 믿기도 했고,
스무 살 이후부터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궁금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면
조심스럽게 묻는 정도로만 버틴다.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녀석이
스무 살을 지나
벌써 군대를 다녀왔다니.
"네 엄마가 주니여서 안 됐다.
네 엄마 무섭잖아."
아들이 네 살 쯤이었을까.
명절에 친정 식구들이 모여 놀다가
아들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
아이를 방으로 따로 불렀다.
그 모습을 본 둘째 오빠가
아들에게 슬며시 건넨 말이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걸 보면
그때 꽤 뜨끔했던 모양이다.
첫째 하나만 키우려 했다.
더 엄하게 키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했다.
오냐오냐 두면
한없이 버릇이 나빠질 것 같았다.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우는
둘째 오빠 눈에는
그런 내가 이해되지 않았을 거다.
생각을 바꿔 둘째를 낳았다.
딸은 태어날 때부터 낯가림이 심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엄마인 나 말고는
아무도 손댈 수 없었다.
아빠가 살짝 안으려 해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앙, 악악악!!!"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할 수 있지?
엄마는 동생을 봐야 해."
다섯 해 동안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들은
어느새 혼자가 되었다.
혼자 아침을 먹고,
혼자 씻고,
혼자 옷을 갈아입었다.
집 앞에 어린이집 버스가 오면
혼자 내려가 탔다.
난 베란다에서 아기를 안고
지켜보기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들은 혼자 놀았다.
난 늘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기를 업고 밥을 하고,
아기를 안고 청소를 했다.
첫째는 투정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을 얼마나 예뻐했는지.
내가 화장실 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우면,
동생 옆에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기는
엄마와 오빠만 찾았다.
아기를 아들에게 맡기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밥을 해야 해서,
청소를 해야 해서.
첫째는 내가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되자
여동생 어린이집 버스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보호자가 되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올 때까지
동생을 돌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복학을 기다리는 아들이
방에서 친구들과 게임하며 소리를 지른다.
매일 들리는 소리다.
아들은 군대를 다녀왔고,
딸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세월 참 빠르다.
어제를 지나왔을 뿐인데,
하루 밤 자고 나니
다 커버렸다.
그 사이,
나는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