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주니 :
속도위반 과태료 딱지 날아왔어.
과태료 내려니 아까워.
우리 집 아파트에서 나가면
큰길로 들어서는 첫 신호등이 있어.
그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면
'어떻게 해서든 통과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
그 길이 속도 제한이라는 걸 매번 까먹고.
친구 :
그러게 천천히 운전하지 그랬냐? 하하.
어떻게 해서든 걸리고 말아.
그걸 꼭 한번에 통과하려고 그러냐?
사랑주니 :
우와. 뭐라고?
어떻게 해서든 걸리면 된다고?
그 말, 너무 괜찮다.
그러니까,
뭐가 그리 급하다고 속도를 냈나 몰라.
신호에 한 번 걸린다고
인생이 지각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떻게 해서든 저 신호등에 걸리고 만다."
이 말이 그냥 농담처럼 안 들렸어.
순간적으로 '통과하려는 나'와
'걸리기를 선택한 나'가 확 갈리더라.
오늘 아침 운전 중에 그 말이 또 떠올랐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어떤 아저씨가 길을 건너려고 서 있었어.
보통 같았으면 지나쳤을 거야.
내가 먼저 가도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거길 지나가면 사거리 신호등이 나와.
그 신호등에 걸리지 않으려고
횡단보도 앞에 사람이 있어도
바로 지나곤 했지.
그 순간, 그 말이 머리를 치더라.
'어떻게 해서든 내가 걸리고 말자.'
웃기지?
신호등도 없는 길인데 멈췄어.
아저씨 먼저 지나가시라고.
그게 맞는 것 같았어.
그랬어야 할 것 같아서.
이 말이 왜 이렇게 좋았을까.
"천천히 운전하자."
이런 말보다 훨씬 깊게 박혔어.
이건 권유가 아니야.
내 안의 조급함을 통째로 뒤집는 말이었어.
'어떻게 해서든 저 신호를 통과하겠다.'
그게 내가 늘 무의식 중에 갖고 있던
태도였지.
빨간불에 걸리면 손해 본 느낌.
시간 아까운 기분.
그래서 웬만하면 밟고,
웬만하면 지나치고.
'어떻게 해서든 걸리고 만다.'는
그 조급함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더라.
기꺼이 멈추고,
기꺼이 기다리고,
기꺼이 양보하는 마음.
이상하게도, 그 멈춤이 억울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선택한 여유처럼 느껴졌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선언,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뭐가 그리 바빴을까.
그 30초, 그 1분 아껴서 대체 뭘 하겠다고.
'통과해야 해.'라는 생각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던 거야.
나한텐 좀 엉뚱한 다짐이 생겼지.
어떻게 해서든... 걸리고 말겠다.
운전할 때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통과하려고만 하지 말고,
멈출 줄 아는 내가 되고 싶어졌어.
그 멈춤 안에만 보이는 게 있을테니까.
속도는 줄여도 마음은 안 늦는 쪽으로.
혹시 너도 요즘 뭐든
'어떻게든 통과하려는' 중이야?
그렇다면,
이 말 한번 속으로 되뇌어 봐.
"어떻게 해서든 내가 걸리고 만다."
괜히 해봐.
진짜 걸릴지도 몰라.
속도 말고, 마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