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말 모임이 있었다.
모임장이 요즘 핫하다는 장소를
예약해뒀다고 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살짝 긴장이 됐고,
남편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선뜻 "알겠어."라고 답하는데,
그 말이 은근히 고마웠다.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
여유 있게 출발했고, 마음은 괜히 들떴다.
'오늘은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겠네.'
그렇게 신나게 나섰다.
남편도 처음 가는 곳이라 내비게이션을 켰다.
중간까지는 익숙한 길이라 문제없었다.
그다음부터였다.
내비는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100미터쯤 더 가면
"경로를 이탈하여 재탐색합니다."
다시 돌아가라는 안내.
그 길을 세 번이나 돌았다.
이쯤 되니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장소를 못 찾는 남편이 답답했고,
지도를 얼핏 보니
아까 내비가 멈춘 지점에서
살짝 뒤인 것 같았다.
"여기서 세워줘. 내가 걸어서 갈게."
"잠깐만 있어봐. 식당 앞까지 데려다줄게."
남편의 그 말이 괜히 더 단호하게 들렸다.
이번엔 내비 말고,
남편의 감을 믿고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양옆에 빽빽한 주차 차량들.
속도는 더 느려졌고, 결국 다시 원점.
내비는 변함없이 말했다.
"경로를 이탈하여..."
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20분 지났는데, 언제 와?"
차 안 공기가 묘하게 팽팽해졌다.
순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까 세워달라고 했을 때
내려줬으면 벌써 도착했잖아."
"아니야,
내가 꼭 거기까지 데려다준다니까."
각자 휴대폰으로 다른 내비를 켰다.
내비마다 알려주는 길이 조금씩 달랐다.
남편 내비를 따라갔다가 또 허탕.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내 휴대폰 안내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
10분 거리였던 곳을 30분 만에 찾았다.
처음 내비가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하던
그 지점에서 왼쪽으로
2분만 걸으면 되는 곳에 식당이 있었다.
우리는 오른쪽만 봤다.
아파트 단지만 눈에 들어왔다.
왼쪽 길 건너 바로 앞에 있던
식당은 못 보고,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길을 못 찾은 게 아니라,
보고 싶은 방향만 보고 있었다는걸.
이게 꼭 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돌고 돌아가는 사이
새로운 길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전에는 없던 감각을 익히게 될 수도 있다.
핵심은 따로 있더라.
도착하려면,
목표를 잃지 않는 게 먼저라는 것.
샛길로 가도 상관없다.
길을 잠시 놓쳐도 괜찮다.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져도,
목적지만 잃지 않는다면
결국은 도착하게 된다.
이번에야 알았다.
시선이 한쪽에만 고정되면
길을 놓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왜 늘 한 쪽만 보고 있을까.
방향보다 붙잡고 있어야 할 건,
목적지를 놓치지 않는 마음.
도착은 결국, 그 마음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