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깨졌다
친구 :
어제 머리 아프다고 했던 거,
오늘은 괜찮아?
사랑주니 :
아...
진짜 어제는 내가 나한테 미안한 하루였어.
점심에 생선국이랑 밥, 김치 먹었거든?
늘 먹는 양만큼 딱 적당히 먹었는데,
입이 텁텁해서
웬일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냈어.
나 원래 아이스크림 잘 안 먹잖아.
근데 어제는 달달한 게 필요했어.
먹자마자 졸음이 확 몰려왔어.
눕자마자 잠들었고,
30분 자고 깼다가 또 30분 잤어.
눈을 떴는데,
정신이 하나도 안 돌아오는 거야.
몸은 깼는데
마음은 아직 꿈 속에 있는 느낌?
눈 감으면 또 금방 잠들 것 같고,
그냥 가만히 멍하니 누워 있었어.
명상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시간.
이상하게 그 시간이 나쁘진 않았어.
개운했고, 피곤이 풀린 것 같았거든.
일어나서 글을 좀 쓰다가
고등학생 딸 픽업하러 운전했는데.
그때부터야, 그 두통이 시작된 게.
처음엔 살짝 뻐근했어.
왼쪽 눈 위가 쿡쿡, 쿡쿡.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속도 울렁거리고,
멀미 같은 어지러움까지.
집에 오자마자 누웠지.
머리를 뽑아버리고 싶다는 말,
그거 그냥 표현이 아니야.
진짜 그랬어.
머리 안에서
누가 망치로 쾅쾅 치는 것 같은 통증.
토할 것 같고, 눈은 빠질 것 같고.
내가 내 머리를 쪼개서
뭔가를 꺼내고 싶은 심정이었어.
'이 통증의 근원이 뭔지 직접 보고 싶다.'
그 생각까지 들더라니까.
딸이 치킨 먹고 싶다 그래서
신메뉴라길래 배달 시키고
나도 한 조각 먹었어.
많이 달아서 입에 안 맞더라.
씹고 넘겼다는 느낌만 남았어.
홍시 작은 거 두 개 먹었거든?
배가 빵빵한데 속이 빈 느낌.
배는 부풀었는데,
배부르진 않은 그 이상한 상태.
속이 거북했어.
그때부터 두통은 더 심해졌고,
약을 먹었어.
눈을 뜨기도 힘들었어.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누워 있었어.
한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길래,
체했나 싶어 소화제를 먹었어.
속에서 불이 난 줄 알았어.
배는 타오르고, 머리는 깨지는 것 같았지.
한참을 누워 있다가,
뱃속의 불이 사그라드는 걸 느꼈어.
일찍 자야겠더라고.
저녁에 하려던 일들은 다 멈췄지.
'미라클 주니'와 '백일기적' 방에
"오늘은 먼저 잠들게요." 하고 남기고
눈을 감았어.
아니다, 있다.
'편히 잠들자. 자는 동안 다 나아버리자.'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잠들었어.
지금 이렇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는 건,
약 덕분이기도 하고,
자는 동안 진정된 덕분이기도 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까지 아프고 나서야 멈추는 내가 참.
내 몸이 먼저 신호를 줬을 텐데,
나는 "좀만 더" 하다가,
결국 이렇게 퍼져버리잖아.
어제의 두통은,
몸이 내게 보내는 편지였는지도 몰라.
"이제 좀 쉬어, 제발."
그렇게 말하는.
친구 :
그래도 오늘은 괜찮다니 다행이다.
사랑주니 :
그런데 오늘 뭐 했는 줄 알아?
어제 미뤄 둔 책을 다 읽었어.
그거 마무리 한다고
지금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다니까.
나 참, 푸하하.
저와 함께
글쓰기와 책쓰기를 이어가는 분들,
우린 앞으로 어떤 삶을 맞이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