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사에요.
어제부터 미리 준비해두느라
온종일 왔다 갔다 분주했어요.
빈틈없는 하루였습니다.
우선 순위를 정하고 동선을 계산하고
최적으로 시간을 줄이고
최선으로 음식을 준비하려 했어요.
3시간이면 끝날 거라 예상했던 일은
대략 정리를 마쳤더니 밤 10시가 지났어요.
점심 밥부터 부엌에서
12시부터 시작했으니 11시간.
중간에 토지 완독 챌린지 줌 미팅과
한의원 가서 목과 어깨 치료 받고,
아들 미용실 픽업으로 3시간 따로.
대략 8시간을 부엌에 서서 종종 거렸네요.
그 시간 동안 뭘 했을까요.
오늘을 음식을 편하게 하기 위해
미리 재료 손질,
친척 분들 드실 국과 반차 준비.
가깃 수 보다는
하나의 종류가 양이 많아요.
20명 넘는 분이 드실 터여서
국 하나도 커다란 곰솥 냄비 가득입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몸은 분명히 지쳐 있었는데,
정작 쉬질 못하겠더군요.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머릿속은 계속 분주했고,
밤새 꿈이 이어졌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꿈속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밤새 통곡을 했습니다.
어찌나 소리 내어 울었던지
눈을 떴을 때 기운이 없더라고요.
눈은 자꾸만 감기고
뭘 해야하는지 생각나지 않았어요.
밤새 울고 나서 맞은 새벽은
개운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머리는 맑지 않았어요.
그래도 새벽은 왔고,
알람은 울렸고,
늘 하던 대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완벽한 컨디션으로 여는 새벽은
사실 많지 않아요.
미라클 모닝이라고 해서
항상 기운 넘치고 의욕적인 건 아니니까요.
이런 날도 있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린 하루를
그대로 안고 맞는 새벽.
그래서 더,
새벽을 여는 의미가 또렷해집니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애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텨낸 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오늘의 새벽은
성장을 위해서라기보다
회복을 위해 열어 둡니다.
지쳐 있고
머리가 맑지 않고
아무것도 잘 떠오르지 않는 지금.
이 상태를
'이러면 안 되는데...'가 아니라
'아, 이런 날이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첫 번째 회복이에요.
오늘 새벽은
무언가를 더 성취하는 시간이 아니에요.
그래도 알람이 울렸고,
그래도 일어났고,
그래도 하루를 시작했어요.
회복은 여기서 일어납니다.
이만큼 지친 몸으로도
그래도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면
오늘의 미라클은 이미 감사합니다.
기운이 없으면 없는 대로
머리가 흐리면 흐린 대로
감정이 가라앉아 있으면 그 상태로
지금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오늘은 이 컨디션으로 하루를 살아 볼게요.
새벽은 늘
잘하기 위한 시간만은 아닙니다.
다시 서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요.
오늘 새벽,
무엇을 더 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잘 버텨낸 하루일테니까요.
다 괜찮아요.
이런 날도 있는 거예요.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의 편안한 오늘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마음 가득, 정성 가득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63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