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해야하지.
내일은 무엇을 해야 잘 했다고 생각할까.
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까.
인생의 숙제는 이렇게 끝이 없는 걸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남들은 어떨까.
막연한 질문들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내게만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겉으론 별일 없어 보이는데
사건사고는 꼭 비켜 가지 않네요.
조용한 하루 같다가도
속은 하루 종일 시끄럽습니다.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이 이어질 뿐인데,
문득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늘 그날이 그날이지."
"나도 매일 그렇지 뭐."
오랜만에 친구들과 연락을 해도
정작 할 말이 없습니다.
매일이 비슷하다 보니
특별히 꺼낼 이야기도 없고요.
그 안에서 자꾸 실망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럴 줄 알고 꿈을 꿨던 건 아닌데,
어른이 된다는 게
생각보다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고,
일 잘하는 사회인이 되어야 하고,
사람들과도 두루 잘 지내야 한다는 압박.
그럼 나는 어디쯤일까요.
이 시간은 과연 내 것일까요.
"엄마, 악몽이야."
새벽 5시쯤,
글을 한참 쓰고 있는데 방문이 열렸어요.
꿈 때문에 무섭다며 들어오네요.
"괜찮아. 괜찮아. 꿈일 뿐이야.
엄마 있잖아."
토닥토닥.
"엄마, 나는 뭐가 될까?
기분이 이상해. 불안해.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렇구나. 그럴 수 있어."
쓰담쓰담.
가끔은 이유 없이 그런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합니다.
안쓰러워요.
"엄마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있잖아. 다 괜찮아."
그럴때면 부모인 나는
다 괜찮은 척을 합니다.
편안한 척, 여유로운 척.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더 그렇지요.
고등학생인 우리 딸도 그렇고,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릴 때 그랬을테죠.
그땐 '불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
마음속은 늘 흔들리고 있었겠지요.
불안하다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원래 불확실하고,
그래서 사람은 삶을 두려워하니까요.
저도 두렵고, 저도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멈추기보다는
나아가려는 쪽을 선택해 보려 합니다.
지금처럼 딸과 가끔은 도란도란,
가끔은 냉정하게,
가끔은 오해하며 지내겠죠.
그 안에서 서로 조금씩 크는 거겠지요.
우리도 그렇게
세상의 어리석음을 알아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 괜찮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가도 됩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언젠가 분명히 모양을 만들 테니까요.
오늘도 그 한 걸음을 살아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