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다녀왔다.
새벽 글을 쓰고 책을 읽다
졸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려 할 때,
다시 벌떡.
문을 열고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삐리링" 열리는 현관문 소리가 경쾌하다.
오늘은 뛰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리하지 않기로.
이제는 달리기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매일 나가느냐, 즐기느냐에
그 기준만 남았다.
작년 이맘때, 무릎 부상으로
두 달 넘게 달리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속도와 거리, 기록에 욕심을 냈다.
매일 3km를 달렸고
더 빨리, 더 멀리를 외쳤다.
블로그에 인증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고,
"멋있다."라는 말에 힘을 얻어
멈추지 못했다.
즐기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건 착각,
사실은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었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듣지 않았다.
달리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어설프게 믿었다.
자만이었다.
달리기 초보인 나로선 조심했어야 했다.
스트레칭을 잘해야 했고
달릴 때마다 몸 상태를 체크해야 했다.
끝내 무릎 통증이 심해져
뛰지 못해야 멈췄다.
걷기에도 조심스러운 날들이었다.
그럼에도 새벽에 밖으로 나가는 건
멈추지 않았다.
뛰지 못해도 걸었다.
그런 날들 속에 알게 됐다.
기록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기록에 연연하고 나를 압박한다면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
더 빨리 가는 것보다
느려도 매일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날의 몸과 마음을 살피며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무리하지 않고 오래 가는 것.
난 달리기 선수가 아니다.
하루에 모든 걸 쏟아내며
끝낼 이유도 없다.
블로그 인증은 웃으며 하는 것이지
숙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를 알아줘야 한다.
목표를 향해 가되
과정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가는 동안 부득부득 이를 갈며
나를 으스러지게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이젠 가끔 조금 뛰고
가끔은 신나게 많이 뛴다.
오늘 같은 날은 걷는다.
대신 활기차게.
추운 날이 이어질수록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은 줄어든다.
나는 매일 나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그것에 만족한다.
매일 하는 사람.
그런 날들이 쌓여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