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잤다고 해야 할까.
알람이 알려주기 전에
먼저 일어났다고 해야 할까.
자다 깨다 했어요.
오랜만에 그랬네요.
이미 한참 전부터 선잠이었어요.
잠을 청하다 시계를 봤더니 1시쯤.
그 후부터 20분 간격으로 깼지요.
2시 몇 분쯤 되었을 때는
이럴 바엔 차라리 일어날까 고민했고요.
3시를 넘겼을 때는
계속 누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질 것 같았죠.
침대 위 작은 조명을 켜고
누운 채로 가만히 있었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멍한 건 아니에요.
왠지 좋았어요.
멍해도 괜찮은 그 찰나.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여유로움.
그런 나를 살피며 안도감이 커졌어요.
그 순간을 누리고 싶었지요.
10분.
아주 짧은 시간이었어요.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기보다
그냥 이 새벽에 내가 살아 있다는 흔적만
남기고 싶었습니다.
책상에 펼쳐 둔 책 한 페이지를 찍고,
익숙한 공간에 짧은 인사를 남기고,
몇 줄의 문장을 흘려보냈지요.
아직도 4시는 오지 않았고,
혼자 조금 다른 시간을 건너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1시쯤 계속 잠에서 깰 때는
괜한 걱정이 들었어요.
'내일은 바쁜 날인데 괜찮을까.'
그것도 잠시, 다시 내려놓습니다.
그때 컨디션이 나빠지면
낮잠을 자든, 약을 먹든
그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하면 될 테니까요.
다만, 편안히 자려고 주문을 되뇌었어요.
자칫하면 검은 아우라를 풍기는 녀석들이
옳다구나 하며 침투하거든요.
그 녀석들이 들어올 자리를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요.
잠결에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계획을 다시 조정하자는 말이 들렸어요.
들어주지 않았어요.
정신은 이미 깨어 있는 것 같았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비몽사몽 사이에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무언가를 정리하면
오히려 잠에서 더 멀어질 것 같았죠.
그럴 때 세운 계획은
대개 힘이 없습니다.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다짐은
아침이 오기도 전에
의미를 잃어버리니까요.
잠결의 생각들은
붙잡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은 판단할 시간이 아니라
그저 흘려보내도 되는 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죠.
계획은
정신이 또렷해졌을 때 해도 늦지 않고,
결정은
몸이 나를 따라올 수 있을 때 해도
충분하니까요.
오늘은 서두르지 않은 채
조금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새벽에 깨어 있으면,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으나요?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을 조금 더 믿어줬으면 해요.
당신의 그 마음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나를 위한 시간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68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