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거리는 날에도 배는 간다

by 사랑주니


잠을 설쳤다.

못 잤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자다 깨다를 여러 번 반복했을 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딱히 없으나

못 잔다는 말을 꺼내기 싫다.


'잘 자는 사람'이라는

기적 같은 정체성을 고수하고 싶다.


어릴 적부터 불면증이 지독했던 내게

그것이 자부심일지도.


잠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낮 동안 컨디션이 떨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유를 따지기보다

몸에 맞게 조율하면 될 일이다.


한 마디로 잘 자면 개운하고

가벼운 몸 상태로 날아갈 듯하겠지만

매일 그럴 수도 없는 노릇.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 배에서

출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뭐.


상태를 통제하려 들지 않고,

그날의 나와 협상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몸의 흐름이나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그날의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이다.


몸의 상태에 이름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하루를 가볍게 가져가려는 삶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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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이웃님들 글 방문하고,

미라클 주니 인증 올라올 때마다 하트.


6시쯤,

어느 정도 루틴을 마쳤다고 느껴서일까,

졸음이 태풍이 되어 등에 달라붙었다.

자꾸 나를 누르며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몸은 아래로 내려가는데

눕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주니야, 넌 지금 졸려. 자자.'

'이 정도는 괜찮아. 잠시만.'


내 안에서 서로 티격태격.


계획했던 독서 분량을 끝내고

책을 덮었더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불 정리된 침대 위로 벌러덩.

눕자마자 잠 속으로 풍덩.

눈을 번쩍 떴다.

20분 잤다.


주섬주섬 점퍼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


아니, 오늘은 시원했다.

잠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밖으로 나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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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덕분에 맑은 새벽하늘이다.


한라산 쪽은 먹구름.

아쉽지만 오늘의 한라산은 숨겨 두기로.


하늘을 빙글빙글 돌다.

혼자서 외치며 들어왔다.


"오늘 하늘 좋다!"




<비몽사몽 오늘 새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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