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늘은 『토지』를 읽지 않기로 했다.
매일 책을 펼치고 문장을 옮기며
감상평을 쓰던 리듬에서
의도적으로 한발 물러나는 날이다.
그래도 토지를 완전히 내려도 지는 않았다.
지난 줌 미팅에서 함께 읽는 분들이
건네준 이야기들이
오늘의 『토지』가 되어주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2년 전쯤, 토지를 6권까지 읽은 적이 있다고.
그때도 재미있었지만
혼자 장편소설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같이 읽기를 선택을 했다고 했다.
혼자보다 함께 가는 힘이
얼마나 큰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분은
토지가 대하소설이라는 이유로
늘 마음만 두고 시작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동안 읽어온 건 자기계발서 위주였고,
올해 목표로 처음 '토지 완독'을
세웠다고 했다.
사투리가 낯설어 속도가 느리지만
천천히라도 계속 가보겠다고.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천천히 읽겠다는 말보다
계속 읽겠다는 말이
더 든든하게 들렸으니까.
"계속 다시 읽고 싶어져요."
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다.
그 시대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개될 사건들을 떠올리면
이미 가슴이 답답해지고,
고구마를 먹고 물을 마시지 않은 느낌이
들 거라고. 그런데도 읽고 싶다고 했다.
아마 토지는 편해서가 아니라
외면할 수 없도록
자꾸 나를 시험하는 책일 것이다.
어느 문장을 붙잡고
어느 장면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계속해서 묻게 만든다.
놓치는 것이 이해가 아니라
존엄일 것만 같아서
읽는 일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지금 우리는
1권을 마치고, 2권의 초반을 지나고 있다.
이야기는 이제 막 깊어지기 시작했다.
인물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그들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된다.
용이와 월선이, 강청댁과 강포수,
조준구와 평산.
그들이 살아낸 시대는
농담 속에 서열이 숨어 있고
침묵이 폭력이 되던 시간이었다.
아직은 이름이 낯설고,
관계가 복잡하고,
시대의 공기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필요하다.
각자의 속도로 읽고,
각자의 자리에서 불편해하며
그래도 끝까지 보겠다고 마음먹는 일.
오늘은 읽지 않았지만
토지는 오늘도 곁에 있었다.
사람들의 말속에,
각자의 결심 속에,
다시 펼쳐질 내일의 페이지 앞에.
일요일은 그런 날이면 충분하다.
책을 덮어도,
이야기는 이어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