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안이 가장 위험했던 새벽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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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요.

일어나기 싫어요.

이불 안에 머물고 싶어요.


어제 오늘 공기가 정말 차가워요.

이불이 놔주질 않습니다.

같이 놀자 하는군요.

포근하게 더 감싸며 꽉 붙잡네요.


'오늘 하루만...'

'피곤하다...'


꼬드기는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눈부터 본드가 다가오더니

몸에도 슬슬 강력 본드가 붙었어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이불 안은 안전하지요.


밖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는군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하루는 패스해도 되지 않을까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매일 같이

새벽을 만나야 하는 걸까요.


갖가지 생각들이 몰려옵니다.

심지어 나를 짓누르고 있어요.




지금 들고 있는 핸드폰을 내려놓아요.

누운 채로 편안하게 해요.

가만히 눈을 감아요.

천천히 나를 봅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펴주세요.

밤새 피로가 풀렸는지,

바쁘다고 봐주지 않은 곳은 있는지,

삐걱이거나 톡톡 쏘아대거나

묵직하게 누르는 곳은 없는지.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녀석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 상태로 발가락을 꼼지락해보세요.

발목을 위아래 좌우로 움직여요.

종아리, 무릎, 허벅지 흔들어요.

목을 살짝 까딱거려 보고요.

어깨도 들썩이는 거예요.


이제 몸 전체 스위치를 눌렀고

작동의 불이 들어왔어요.


이불 밖으로 발 하나, 종아리, 허벅지...

천천히 빼는 거예요.




이런 날은 벌떡이 어렵습니다.

자칫하다 허리 삐긋,

루틴이고 뭐고 싶어지죠.


오늘은

이기려 하지 않기로 합니다.

몸을몰아붙이지도 않고,

의지를 들이밀지도 않습니다.

하나씩 움직이기로 시작합니다.


이불 밖으로 발 하나,

종아리, 허벅지.

천천히 꺼내는 것부터요.

이 정도면 됩니다.


오늘의 새벽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이렇게라도

나를 깨우는 선택을 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면

이미 어제의 나와는 다른 아침입니다.


이불 밖으로 나왔다는 건,

겨울을 이겼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오늘의 새벽은

대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같은 방식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벌떡이 아니라,

조금씩.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도 아마

이불 안에서 한 번쯤은

같은 고민을 해봤을 테니까요.


오늘 아침,

이불 밖으로 발 하나라도 내밀었는지

잠시만 떠올려 보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요.


당신의 그 작은 움직임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조금씩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7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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