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넘기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by 사랑주니

새로운 걸 시작하려 힐 때,

처음에는 기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며칠을 했는지,

며칠을 채웠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말이다.


그렇게 숫자로

초보자의 두려움을 버텨보려 했다.


사람들은

66일을 말하고,

100일을 말하고,

6개월을 기준처럼 이야기한다.


나 역시 그 숫자들을 지나왔다.

그 숫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머무르게도, 떠나게도 한다는 걸 봤다.


이제는 기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지금은 66일, 100일, 6개월을 넘어서

3년, 그 이상을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보내고도

자신을 의심하고, 멈추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분들을 많이 봤다.


100일을 채웠다고

성실해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그 숫자에 스스로 안도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본 바로는

100일은 성실함의 증거가 아니다.

버텨본 시간에 가깝다.

진짜 변화는 그 이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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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을 지나야

그제야 삶 안에 시스템이 생기고,

억지 없이 이어지는 루틴이 되고,

'하고 있는 나'에서

'그렇게 사는 나'로 바뀐다.


블로그에 2년 가까이 매일 글을 쓰며

미라클 주니를 하며 특히 많이 느낀 건,

100일에서 6개월 사이에

가장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그즈음 많은 분들이

블로그에서도 사라졌다.


100일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그다음 고비는 6개월이다.

그걸 넘기면 또 하나의 고비가 온다.

1년쯤 되었을 때다.


그때 찾아오는 건 매너리즘이다.

잘하고 있는데 재미가 없어지고,

익숙한데 의미가 흐려지고,

굳이 이걸 왜 계속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많다.


그 지점에서 다시 무너지는 분들도 있다.

블로그를 떠나는 분들도 그렇다.




이제는

기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그 이상을 하는 이웃님들 보면

2년 넘게, 3년이 되도록

묵묵히 같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훨씬 오래가고,

훨씬 다른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런 분들은

열심히 산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다른 삶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며

나 역시 기간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100일 하고 말 것도 아니고,

1년 하고 끝낼 것도 아닌데.


미라클 주니를 처음 시작하던 때를

떠올려 보니 그 기간이 주는 힘도

분명히 있었다.


일단 100일만 버티면

그다음엔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작은 기대감.


그 기대가

시작을 조금 덜 두렵게 만들어 주었고,

처음의 실행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시작은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계속 이어가는 사람은

결국 알게 된다.


기간은 문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문턱을 넘은 뒤에는 숫자가 아닌

태도가 남는다는 것을.


끝내는 계속하는 사람만이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몸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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