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 놈도 맑은 정신 갖고는 그런 말 못할 기라. 자석 놓고 살면서, 아서라 아서, 자석 놈이 니 꼴 될까 무섭다.”
“흥.”
“추잡한 아가리 놀리지만 말고 일이나 거들게. 해 떨어진다.”
“계집년 두었다가 삶아 먹을라고?”
“누구를 자꾸 닮아가는구나, 노상 붙어다니더마는. 그 꼴 닮다가는 쪽박 찰 기다. 팔아묵을 족보도 없는 주제에,”
“쥐구멍에도 햇빛 드는 날 있다고 평생 똥장군만 지랄는 법도 없지.”
전 같으면 남 먼저 무를 캐어 남 먼저 장날에 내려갔을 칠성이는 늘어지게 낮잠을 잔 눈치다. 부숭부숭 눈이 부어 있었다. 손은 바짓말기에 찌르고 엉거주춤 서 있는 꼴에 용이는 구역질을 느낀다. 귀녀를 다루면서부터 인간성이 더 나빠지고 지저분해졌던 것이다. 임이는 어느새 무밭으로 건너가서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당황해하거나 남편의 기색을 살피는 것도 아니었다.
<박경리 토지. 2편 19장 배추밭 풍경>
점점 노골적인 폭력보다
더 불쾌한 태도의 폭력을 드러낸다.
거친 말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여자를 사람으로 안 보는
칠성이의 시선이다.
그는 아내를 존재가 아니라
일 잘하는 몸, 쓰는 물건이다.
분노나 욕망조차 아닌,
습관처럼 굳어진 비인간성.
더 무서운 점은
이 폭력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의 말투와 농담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작가는 가해자를 과장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흔하다’는 얼굴의 폭력을
있는 그대로 내민다.
임이네의 침묵 또한 깊게 남는다.
저항도 감정도 없이
자기 자리를 수행하는 모습.
그건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이 세계가 허락한 여성의 위치다.
나로선 무척 불편하다.
"그 시절엔 그랬어."
그말로 넘어가기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분노가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