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람이 불지 않았다.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슬슬 걷다가 달리기.
허벅지, 무릎, 발목...
어디 하나 걸리는 곳 없이 편안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내 몸이 그렇게 했다.
많이 못 뛰고 멈추라 한다.
이번엔 기운차게 걷기.
고명환 작가가
『고전이 답했다』에서 말했다.
'모든 것이 기세다.'
기세는 자세부터 시작이다.
걸을 때는 더욱 힘차게.
팔을 올리고 다리에는 힘을 더 준다.
정면 승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기세를 내리지 않는다.
그 또한 내가 삶을 대하는 자세다.
달리는데 유난히 글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머릿속으로 몇 개의 글을 썼는지,
공기와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맛에 달리기를 하지.
달리다 보면 무아지경이 되는 순간.
그와 동시에 글감이 쏟아진다.
불꽃놀이 폭죽 터지듯 계속 팡팡이다.
오늘은 여러 편의 글을 올리리라.
몇 개를 쓸 수 있으려나.
내 머릿속을 컴퓨터와 연결했으면 싶다.
생각하는 동시에 글로 연결되면 좋으련만.
글을 놓칠세라 서둘러 돌아왔다.
삐삐삐....
그다음 뭐였지?
순간 현관문 비밀번호 마지막 숫자를
잃어버렸다.
어디 떨어진데도 없는데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삐삐...
앗? 세 번째 숫자가 뭐였지?
이럴 수가 아까 눌렀던 번호까지
기억에서 사라졌다.
침착하게 다시.
하나, 둘, 셋, 삐리링.
문이 열렸다.
휴.
앗.
어?
왜 서둘러 돌아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