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했다.
새벽 글을 쓰고 나서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둘러 책을 펼쳤다.
대하소설 완독 프로젝트 시즌 1,
토지 완독 챌린지 중이다.
함께의 힘은 이럴 날 발동된다.
혼자였다면 오늘은 읽지 않았을 테니.
하루 넘기고, 또 하루 미루다 보면
20권 완독은 이미 물 건너 갔을 테니까.
토지를 덮고도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다.
멍하니 있다가 딴짓.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
미라클 주니 방에서 웃음 터지고
그 틈에 더 퍼질러 앉아 버렸다.
오늘 새벽 글에
무슨 내용을 썼더라.
아,
'망하면 자리로 간다.'
컨디션이 박살 나도 일단 자리로 간다.
조금이라도 이어간다.
마음 다해 꺼내 놓고는
그 짧은 시간에 잊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딱히 이유는 없었다.
이번 1월은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낮아지는 걸 느끼는 중이다.
거울 속의 내가 웃고 있다.
어?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끄으음.
남아 있는 기운을 모아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일단 나가자.
걸었다.
눈이 내리던 날보다
오늘이 더 춥게 느껴졌다.
기분 탓일까.
한기가 몸 안으로 쑥 들어오는 느낌.
걷기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뛸 힘은 없었다.
걸음에
조금 속도를 냈다.
그 속도에 몸이 풀린다.
열기가 올라오고
얼음 같던 바람이 시원해졌다.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두 바퀴.
여기서 멈출까 하다가 다시 한 바퀴 더.
그렇지.
컨디션이 엉망인 것 같아도
막상 이렇게 나오면
어딘가 있던 기력이
조금은 살아난다.
결국
조금이라도 하면 되는 거였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려 했다.
발걸음이 괜찮았다고
마음이 그랬다고
서로 투닥투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