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 다 틀리면 어쩌지?

by 사랑주니

딸 :

다 틀리면 어쩌지?

하나도 모르고 못 풀면 어떻게 해?


주니 :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딸 :

모르면 못 풀고 틀리잖아.


주니 :

넌 어떻게 해서든

한 문제라도 풀려고 파고들 텐데.

내가 아는 너는 그런 아인데.


딸 :

그래도 불안해.


주니 :

네가 한 문제도 모른다면

그것이 기적이겠다.

빵점도 용기야.

아무나 그렇게 못해.


딸 :

뭐?


주니 :

정말이야.

알아도 일부러 다 틀리고

빵점이라는 점수를 받는 건 큰 용기거든.


딸 :

하하하.

그러네. 찍어도 하나는 맞겠다.


주니 :

그러니까.

정답을 다 비켜가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그것도 쉬운 건 아니야.


딸 :

하하.

난 그럴 마음은 없어.


주니 :

네가 걱정하는 최악은 안 일어나.

하나라도 아는 문제는 나올 거고,

네가 공부를 전혀 안 한 것도 아니잖아.


딸 :

그래도 떨려.


주니 :

떨려도 괜찮아.

떨린 채로 풀어도 돼.

근데 다 틀리는 기적은 오늘은 없겠네.


딸 :

왜?


주니 :

아쉽게도

네가 이번 주 영어 공부를 꽤 했거든.

하나쯤은 맞힐 거야.

최소한 그건 확실해.


딸 :

하하하.

알겠어.

다녀올게.


주니 :

기적 말고, 네 실력만 쓰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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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딸이 방학을 했다.

2주 동안 학교에서

영어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대상은 딸을 포함해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영어가 약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 수업을 영어 선생님이

자발적으로 시작하셨다고 한다.

방학 시간까지 기꺼이 내어주셨다니,

먼저 감사한 마음부터 들었다.


딸의 말에 따르면

수업은 수능 모의고사 위주.

듣는 순간,

딸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걱정이 얼굴에 다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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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와 대화 후,

딸은 웃으면서 학교로 들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불안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일로

우리 마음을 먼저 지치게 만든다는걸.


특히 아이들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이미 한 번 실패를 살아본다.


정답을 맞히는 이야기보다

빵점을 맞는 상상을 먼저 꺼낸다.


웃고 나면 불안은 힘을 잃는다.

최악을 농담으로 만들어 놓으면

마음이 다시 움직인다.


결과가 어떻든

오늘 딸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지를 마주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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