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열렸습니다.
오늘을 시작할 때 마음이 어땠나요?
어제부터 하나의 생각에 꽂혔어요.
그것이 계속 파고들어오더군요.
알면서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종일 괴롭히더군요.
별일이 아닌데도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어제는 이도 저도 아닌 날.
뭘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편히 쉬지도 못한 날입니다.
그 마음이 밤까지 지배할 듯해서
책을 읽다 조금 늦게 잠들었어요.
그래도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고
잠에서 깰 무렵 알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을 켜고
책상에 펼쳐둔 책을 찍고
미라클 주니 방에 굿모닝 인사를 남기며
새벽 방을 즐겁게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컨디션 좋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스르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더니
급기야 기대어 앉아 멍하니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열었어요.
그 속에서 30분을 머물렀네요.
4시 30분, 글을 쓸 시간이라고
다른 알람이 알려주는군요.
그제야 정신 차리고 몸을 일으켰어요.
이불을 정리하고,
그다음부터 순서는 또 자동입니다.
책상에 서둘러 앉았어요.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로 입장.
글쓰기 화면으로 들어가기.
하얀 화면에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먼저 타타타.
그리고 다시 멍.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게 아니에요.
어제부터 나를 찌르던 녀석이
버티고 나가질 않아요.
내가 붙잡고 놔주지 않는 걸까요.
칼날이 나를 베어내고 있습니다.
상처가 나요.
글을 쓰다 보니 알겠더군요.
이건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의 문제라는걸요.
해결해야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당장 답을 내야 할 일도 아니었고요.
그런데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쥐고 있으면 뭔가 나아질 것처럼,
놓으면 더 불안해질 것처럼.
그래서 상처가 났던 거겠죠.
이럴 때의 나는
항상 같은 선택을 합니다.
생각을 밀어내지도 않고,
억지로 긍정하지도 않아요.
그냥 자리를 지킵니다.
글을 쓰는 자리,
몸을 일으키는 순서,
이미 수없이 반복해온 그 흐름 안으로
나를 다시 데려옵니다.
생각은 따라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기로 합니다.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은 뒤늦게 힘을 잃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하얀 화면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타자를 몇 줄 치고 나니
칼날 같던 감각이 조금 무뎌졌어요.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베지는 못하더군요.
아마 오늘의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생각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 상태에서도 하루를 여는 것이었나
봅니다.
생각이 많아도,
마음이 엉켜 있어도,
하루는 그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
오늘의 새벽은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
생각은 남아 있었지만,
내 하루는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맴돌고 있다면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오늘은 그 생각을 안고
자리로 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일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편안한 오늘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나를 자주 들여다보기.
미라클 모닝 688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