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로 이어진 사람들에 대해, 관계란?

by 사랑주니


현생에서 관계 이야기를 꺼내면

꼭 이런 말들이 따라옵니다.


학연, 지연, 인맥.

어디에 줄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실제로 그런 줄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연결이 곧 기회가 되고,

곁에 있는 이들이 곧 자원이 되는 세계.


그래서일까요.

사람 사이를 말할 때

점점 계산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누굴 만나야 하는지,

어디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그 흐름에서 저는 점점 물러났습니다.




ugip-nNAaVBt2AZw-unsplash.jpg




20대 시절엔 늘 약들 속에 있었어요.

약속이 끊이지 않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드물었죠.


30대에는 가족이 전부였습니다.

하루의 중심은 집이었고,

밖의 약속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요.


40대엔 회사뿐이었어요.

외부 활동을 해도 대부분 일.


50대가 되어 돌아보니

내 주변이 조용해져 있더군요.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임을 더 줄였습니다.

그곳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가벼운 안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했습니다.


서로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만 잘하면 되지.

내 가족만 든든하면 되지.'




조금 더 살아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곁에 누군가 있어 준 덕분에

얻게 되는 도움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더군요.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여전히 내 피로가 먼저였고

내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러다 퇴사를 떠올리게 됐을 때,

이상한 순간이 왔습니다.


만날 사람이 없다는 사실보다,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약속이

없다는 게 더 낯설었습니다.


가끔 안부를 묻는 친구들은

예전 기억 속의 저를 떠올리며

"여전히 활동하느라 바쁘지?"

라고 묻습니다.

없다고 하면 잘 믿지 않아요.


웃으며 넘기지만요.

이 글을 쓰다 보니 알겠네요.


가족과 회사에

제 에너지를 전부 써버렸다는걸요.


혼자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웃고 떠들었지만

왜 나를 위해 쓴 시간은 없다고 느꼈는지.

나를 계속 뒤로 미뤄두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관계가 나를 소모시키지 않아도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ryoji-iwata-X53e51WfjlE-unsplash.jpg




블로그를 하며

다른 결의 교류가 생겼습니다.


말이 닿고

생각이 닿고

시간이 닿아서 이어진 마음들.


댓글로 이어지고,

미라클 주니로 연결되고,

오프 모임과 북콘서트,

또 다른 챌린지로 이어졌습니다.


이 모든 흐름은

계산해서 만든 사이가 아니었어요.

어디에 얼굴을 비춰야 해서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해서도 아니었지요.


지금의 나로 말했고,

지금의 나로 참여했을 뿐입니다.


현생에서는

줄을 타야 된다고들 말하지만,

블로그에서 만난 사이는 결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더 오래 갔고,

그래서 더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연결고리가 많으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상태의 나로 맺고 있느냐입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해서가 아닌,

나로 존재해도 괜찮은 자리.


지금의 저는

그 마음들 덕분에

다시 그들에게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관계를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를 소모하지 않는 방식의 온도를

이제야 배우고 있었나 봅니다.



이웃님들은 어떠세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은

'줄'로 이어졌나요?

아니면 '결'로 이어졌나요?




작가의 이전글아직 오르지 않은 눈 덮힌 한라산, 오늘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