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둠이 깊다.
7시 전에는 해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들쑥날쑥이다.
해가 부지런한 여름이라면
5시에 나갈 수 있을텐데 아쉽기는 한다.
새벽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 졸음이 오면 일어난다.
토지 2권째는 첫 번째 큰 사건에서
주인공들의 변화를 보다 보면
졸음은 나타날 수가 없었다.
책에 붙들려 발이 무겁다는
핑계가 스멀스멀.
새벽 리듬도 왔다 갔다 한다.
보일러 설정 온도는 늘 같지만
바깥의 기온에 따라 방의 온기가 달라진다.
내 마음도 괜스레 휘말린다.
또 다른 변명이 피어오른다.
그럴 땐 답은 하나다.
벌떡.
미라클 모닝이 1년이 넘었다고,
2년이 다 되어 간다고 해서
매일 개운하고 활기가 넘치는 건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아직도 침대와 친하게 놀고 싶다.
이젠 운동복을 입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익숙함은 무뎌짐으로 넘어가려 한다.
장갑을 꺼낸다.
마치 의사가 수술 집도 전 의식을 치르듯
손가락을 꾹꾹 눌러가며 밀착 시킨다.
출발 준비 완료.
마음의 시동을 켜고 부릉.
현관으로 성큼성큼 운동화를 신는다.
훅 불어오는 겨울 공기 앞에서
찰거머리 같던 졸음은 날아가 버린다.
차갑고 시원하다.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라산을 본다.
겨울 새벽하늘은 언제나 구름 가득.
해가 일어나기 전엔
구름이 버티고 세상을 가리고 있다.
어쩌면 하늘을 덮어주는 이불일지도.
'너희들은 따사롭니?
난 서운해, 살짜기 보여주면 안 되겠니?'
팔을 흔들고
발바닥을 쿵 하며 걸음을 시작한다.
쿵쿵.
그 순간 내가 주인인 양,
소인국의 유일한 걸리버가 되어
이 땅을 지배한다.
허벅지가 서서히 올라간다.
저만치 있던 축구 골대가 어느새 눈앞이다.
후끈후끈.
덥다.
겉을 감싸는 두툼한 패딩을 벗고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속도를 더 낸다.
아,
오늘은 아무도 없다.
고개를 들어도 깜깜하다.
가로등 불빛만 남아 있다.
가끔 나올까?
나오는 시간을 늦출까?
괜한 투정이다.
아무렴 어떠랴.
나는 나왔으니 그거면 된 거다.
갑자기 무섭다.
얼른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