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을 내려놓은 새벽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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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요.

나만 살아있는 지금.


스으윽.

으으응.

샤샤.

츠으.


오늘따라

이 적막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이래저래 고개를 돌리고

괜히 툭툭 건드려 보네요.


가만히 눈을 감아요.

명상을 시도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오늘은 왜 이럴까요.



귀한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흘리고 싶지 않았어요.

행동에 제약을 두려 했습니다.

시간 계산에 빠졌어요.


얼른 이불 정리하자.

양치질을 빨리해야지.

서둘러 물 마셔야 해.

동작 하나, 작은 틈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어요.


4시 30분에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 해.

시간이 지나고 있잖아.

빨리빨리.


무엇을 위해 채찍을 들었을까요.




더 잘 쓰기 위해서도,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이 귀한 새벽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조급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 시간을 보내면

뒤처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나를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를 관리하고,

틈이 생길까 봐 마음을 조이고,

고요마저 통제하려 들었나 봐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채찍 때문에

이 순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을 맴돌고 있었어요.


명상이 안 된 이유도,

적막이 낯설었던 이유도

모두 거기에 있었겠지요.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겁니다.




채찍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이 새벽을 잘 써야 할 시간으로 두지 않고,

지나가도 되는 시간으로

잠시 풀어두기로요.


그러자 비로소 숨이 다시 들락이고,

몸이 제 자리를 찾습니다.


오늘의 새벽은 흘러가도 괜찮습니다.


4시 30분이라는 숫자보다

이 새벽의 결을 먼저 느끼기로요.


명상은 안 들어가면 어때요.

이따 느긋하게 하면 되죠.

글이 조금 늦으면 어때요.

오늘은 천천히 하면 되죠.



이렇게 멈춰 서서

나를 재촉하고 있었던 마음을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새벽은 이미 제 역할을 다 했습니다.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해도,

이렇게 나를 내려놓은 순간이 있었다는 것.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새벽은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늘의 나는

잘하려 애쓴 내가 아니라,

걸음을 늦춰도 된다고 내게 말해준 나로

이 새벽을 마무리합니다.


"주니야, 그래도 괜찮아. 지금을 누리자."


내게 다정한 말을 건네며

오늘을 시작해 보렵니다.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잘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은 오늘.

멈춰 서서 나를 바라봐도 좋은 오늘.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모든 순간의 나를 아끼자.


미라클 모닝 69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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