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뭘 했는지도 모르게 흘러가버린 시간.
손은 분명 분주했고,
눈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는데
어디에 머물렀던 걸까.
마음은 어느 곳에 내리지 못했다.
허공에 떠 있는 채로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이럴 땐
다른 걸 더 하려고 시도해 봐야 소용없다.
내가 그런 상태였다는 걸 알아차리면
다른 곳으로 향하면 된다.
점퍼를 꺼내들고 나갔다.
오늘은 제법 올라 간 기온.
얼굴에 닿는 바람이 차갑지 않다.
시원하다.
아, 이래서 새벽 운동하러 나가는 거다.
코로, 눈으로, 귀로 새벽이 들어온다.
밤이 어두울지
새벽이 더 까만지는 모르겠다.
가로등 불빛은 흩트려질 뿐
주변을 살려주지는 못한다.
그럴수록 내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나를 보고 있는지
세상을 보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달리다 무릎에서 끅 소리에 멈췄다.
어깨도 끙끙 거린다.
내게서 들리는 신호를 듣는다.
이젠 잘 들으려 한다.
멈췄다.
걸었다.
늘 나오는 어르신 두 분.
계절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시간.
함께 나아가는 우리.
난 혼자가 아니다.
내게는 내가 있고, 그들이 있다.
나를 감싸는 세상이 있다.
다시 나로 돌아온다.
됐다.
무리했다고 말해 준 무릎에게 감사.
눈 뜰 때부터 조여오는 어깨에게 감사.
오늘은 잠시 틈을 주기로.
이미 하루 일정이 꽉 찬 날이다.
벌써부터 서두르지 말자.
조급해 한다고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