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안 될 이유는 참 많다

안 될 이유를 던진 날, 다시 삶이 시작됐다

by 사랑주니


여름엔 더웠어요.

살짝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선풍기 앞에 가만히.

에어컨 바람이 잘 닿는 자리에 가만히.

멈추고 싶은 계절이었지요.



겨울이 가까워지며 쌀쌀해졌습니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어요.

이불과 한 몸이고 싶어집니다.

전기장판 위에 누워있으면,

세상이 포근하게 느껴져요.

그대로 머물고 싶은 계절입니다.



안 될 이유는 참 많습니다.

그쵸?



안할 이유가 아니에요.

굳이 안 될 이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어도 안되는 거거든요.



더위에 몸을 가누지 못해 안되는거고요.

추우면 손발이 시려서 도저히 안돼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그래도 게으름만 피운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낳고 잘 키우려 했네요.

직장에서도 남들만큼 해내려 했습니다.



돌아보면 후회도 자책도 있지만요.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십.

아쉽네요.

마흔일 때도 이런 감정은 아니었어요.

그땐 아이들이 한창 예쁠 때였어요.

아직은 주름이 괜찮았습니다.



'이렇게만 살면 좋겠다.'

그런 날도 많았죠.



불면증이 있어도 견딜만 했고요.

운동을 하지 않아도 큰 병 없었어요.

만성 위장병, 툭하면 찾아오는 두통.

당연한 어깨 통증.

그 정도는 누구가 겪는 시련.

누구나 하나쯤 간직할 만한

비련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만 있는 고통도 아닐테지.

불행하지는 않았어요.

삶이란 원래 이런 거겠지.

견딜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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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뜨거운 날엔 에어컨 있는 집.

바람이 차가운 날엔 보일러 틀어진 거실.

소파가 좋았어요.

그 속에서 TV를 보며

웃거나 멍하니 있던 시간들.

그게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요.

왜 그리 허무했을까요?



아이들은 무난히 자라고,

회사 생활도 잘했고,

남편과도 불화는 없어요.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떴어요.

'내가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구나.'

안 했던 일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끝도 없이 밀려오던 패배감.



안 될 이유 속에 멈춰 버린 나.

주름이 짙어진 거울 속 낯선 얼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보기로 했어요.

안 될 이유를 던져버리기로 했습니다.

이유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어요.

안할 이유를 가득 안고 있었다는 걸.

책에 나온 모든 글이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달릴 때면 내가 소리쳤습니다.

"이제껏 몰랐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그때부터였어요.

'안할 이유'가 '할 이유'로 바뀌었습니다.

해야 한다.

할 수 밖에 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할 수 가 없다.

계속 하고 싶다.



단계마다 이유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제 겨우 1년 조금 했을 뿐인데요.

몇 년 한 것도 아닌데요.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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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권했던 언니들도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그게 또 고맙고 벅찹니다.



삶은 언제나 예측블허.

앞으로 어떤 날들이 올까요?



오늘도, '할 이유'를 찾아가는 하루.

그 하루를 살아내봅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가요?



지금 간직하고 있는 안될 이유.

그 중 하나쯤은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당신은 어떤 할 이유를 찾아가고 있나요?



당신의 그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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