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마음이 쓰이는 날이었어.
도서관으로 비치는 햇빛이 제법 세서
따뜻하게 느껴졌어.
좋았고, 졸지 않았어.
작업하는 순간엔 언제나 몰입이 돼.
감사하게도
옆에서 내내 꾸벅꾸벅 하시던 아드님 덕분에
신경이 쓰여서 몰입하다가도 자꾸 깼어.
집중이 잘 돼서 더 있고 싶었는데
그 녀석 때문에 결국 일어났지.
눈치가 보였는지
집에 와서는 분리수거를 혼자 다 하고
정리까지 해두었더라고.
그 녀석이 지금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어.
웹소설 작가가 꿈이라는데
글은 안 쓰고, 책도 안 읽어.
학교 가면 열심히 한다는데
그 열심을 지금부터 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근데 꾹 눌렀지.
나를 돌아보니까
나도 그 나이엔
열심히 뒹굴기만 했고
아무 생각도 없었더라.
그 녀석도 나처럼
오십쯤 돼서 정신 차릴지도 모르지.
하나씩 목표를 정해주고
책 한 권이라도 읽으라고
말하고 싶기도 한데
그건 결국 그 애 몫이겠지.
이제는 성인이니까
내가 더 관여할 수 있는 건
조언 정도뿐이잖아.
계속 나를 누르고 있어.
우리 엄마, 아빠 생각하면
나도 찔리는 게 많거든.
엄마, 아빠께 죄송합니다.
인사드려야 하나봐.
부모가 된다는 건,
가끔 이렇게 과거의 나에게
사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