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잤나 봅니다.
눈이 떠지지 않아요.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억이 없어요.
알람이 울렸고
방에 불을 켜고
어제 펼쳐 둔 책을 찍고
미라클 주니 방에 인증하며 굿모닝하고
스레드에 들어가 짧은 글 올리고
새벽에 올아오는 블로그 들여다 봤죠.
시간이 흐를 수록 잠이 깨는게 아니고요.
몸은 더 무거워지고 점점 눈이 감겼어요.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베란다로 나가 불 켜져 있는 앞집을 봤죠.
방으로 돌아와 운동복으로 갈아 입었어요.
마음은 책상으로 가자 하고
눈은 침대를 향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이 깼어요.
몇 시야?
알람 소리 못 들었는데...
4시가 지났다는 건가?
어!
화들짝.
급히 일어나 불을 켜고 핸드폰을 들었죠.
그 순간 보인 숫자는 1시 몇 분.
아, 뭐지?
시계를 잘 못 봤구나
불을 끄고 다시 누웠어요.
그 다음부터 잔 건지, 안 잔거지
머릿속이 왔다갔다 바쁘더라고요.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없어요.
기상 알람까지 깨어 있던 느낌.
지금은 컴퓨터 하얀 화면에
채워지는 검은 글자만 보이네요.
글을 쓰다 보면 서서히 잠에서 깨는데요.
오늘은 그 반대입니다.
손은 움직이는데
눈은 또 다시 내려갑니다.
그 다음 루틴을 해야한다는 소리가
밀려 들어는군요.
새벽 글을 마치면
'월든'이 "이제 내 차례야." 하며 손짓해요.
'토지'가 "내가 먼저야." 라고 크게 부르죠.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아요.
시선을 보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운동도 남았어요.
어떻게 할까요.
"운동복으로 입었잖아. 나가는거야."
누가 시킨 말도 아닌데
내 안에서 그렇게 정리가 됩니다.
의욕이 있어서가 아니라,
각오가 있어서도 아니라
이미 몸이 그 선택을 향했다는 느낌.
눈은 여전히 무겁고
머리는 아직 침대 근처를 맴돌지만
발은 현관 쪽을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설득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요.
그냥 나갑니다.
문을 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조금 깊어집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잠은 그제야 뒤로 물러섭니다.
오늘은 깨서 시작한 새벽이 아니라
움직이며 깬 새벽입니다.
모든 새벽이 맑을 필요는 없고
모든 루틴이
의욕으로 채워질 필요도 없다는 걸
몸이 먼저 알려줍니다.
움직이며 깬 새벽.
오늘의 루틴은 의지가 아니에요.
관성으로 완성됩니다.
이따 운동 잘 다녀올게요.
걷기만 할지,
몸이 달리기를 선택할지는 그때 알겠지요.
오늘 아침,
의욕보다 먼저 움직인 순간이 있었나요.
크게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몸이 선택한 장면 하나만 남겨두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아주 작은 반복을 쌓아 보아요.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반복을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92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