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년 동안 잠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당연시 여겼던 불면은 일상이었고
기운 없는 날들은 비실한 몸이라
그런 거라고 체념을 했었다.
자주 웃었다.
웃어야 그래도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잠과 내가 친하지 않다면
새벽을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밤늦게까지 놀면 되지.
난 밤을 샐 테다, 새벽 네가 없는 세상에서.
그런 날들이었다.
몽롱하던 낮을 보내고 나면
저녁 무렵부터 몸이 살아났고
"얘들아, 밤이다!" 외쳐대곤 했단.
그렇게 난 올빼미.
밤의 인간으로 타고났으니까.
내가 붙잡은 건 밤이었다.
그 시간의 화려함은
허전한 나를 채우기 충분했다.
매일 열리는 아침엔
언제나 비실비실 기어다녔다.
미라클 모닝 692일째다.
내가 말하는 미라클 모닝은
새벽 기상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개운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편안하게 루틴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여는 날은
아침에서 낮, 그리고 저녁까지
쌩쌩한 나를 만들어 준다.
블로그 포스팅 5개를 올리고
병렬 독서로 하루에 3~5권을 읽어도
몇 개의 챌린지를 운영해도
코칭으로 강의 준비하고
매일 줌 미팅을 해도
할만했다.
내게 에너지 넘친다고 말하지만
노력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할만해서 했다.
내 몸이 어떤지 세세히 살피고
괜찮은 텐션을 유지하면 할 수 있었다.
가끔 못 자는 날도 있었다.
전날 일이 몰려 다음날 피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할 수 있었다.
움직이다 보면 나아졌고
나만의 방식으로 잠깐 쉬고 나면
텅 빈 몸에 기름을 넣듯
시동은 다시 걸렸다.
오늘은 뭔가 어긋났다.
살아나질 않는다.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사람처럼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댄다.
만성 위장병으로 고생하다 나았던
위에서도 내 에너지를 다 뺏어가고 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고관절은 녹슨 기계처럼 끼이익.
아, 불면이던 시절의 내가 이랬구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철퍼덕 거리고
눈을 들어 올릴 힘도 없어
턱을 치켜들고, 응..? 뭐..?
겨우 새는 소리를 내던 날들.
단전에 숨겨 둔 기운까지 긁어모아
있는 힘껏 일하고 퇴근 후,
쓰러지던 날들.
아, 내가 그때 그랬구나.
불면이라는 기억만 남아 있었다.
내 상태가 어땠었는지 감각이 없었다.
그랬었지라는 말로 표현하는 기억만 있다.
내 몸이 어땠는지
내 안은 무슨 말을 했는지 느낌을 몰랐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이 감각.
쓰라리다.
어찌 살았을꼬.
내가 짠했다.
"그때, 많이 힘들었지."
그 시절의 흔적을 기억해 낸 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