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앞에서〔박경리 토지 완독 챌린지〕31일차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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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을에 하나 둘씩 나도기 시작한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조준구는 귀녀와 김평산의 용기를 부러워하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공포를 느끼며 술 취한 사람같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그럴 용기가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며 결과는 귀녀나 김평산의 운명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대한 산더미 모양으로 눈앞에 보이는 최참판댁의 재물에 손가락 하나 찔러볼 방법이 없음을 그는 깨닫는다. 막연하였던 희망, 현실로 돌아와서 차근차근 따지고 앞뒤를 돌아본다면 그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다. 창창하게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비가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니, 그보다 더 허망한 짓이다. 도깨비 방망이를 얻는 꿈이다.


<박경리 토지. 3편 19장 욕정의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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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에서

조준구 혼자 밤 길을 걷는다.


부엉이 울음도 마을의 불빛도 없는

완전한 정적과 고립감.


밤이면 들리는 소리도 빛도 없다.

조준구는 세상에 떨어졌다.


사람을 죽이는 결행을 했던

귀녀와 평산을 부러워하는 순간의 조준구.

자기 자신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


“나도 저들처럼 욕심은 있지만,

절대 그만한 용기는 없구나”

“그런데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더럽고 무섭다”


이미 그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흔들리는 거다.



최참판댁 재물은 그냥 돈이 아니다.

계급, 권력,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눈앞에 산더미처럼 보이는데

손가락 하나도 못 댄다.


욕망은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혹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조준구는

막연한 희망으로 자기 자신을 속여왔다.


냉정하게 계산해 보니

다 허상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


비를 기다리는 것조차 현실적인데

조준구의 희망은 그보다도 못하다.

도깨비 방망이를 바라는

아예 동화·전설 수준의 헛꿈일 뿐이다.



조준구는 욕망은 있으나 행동할 용기도,

현실을 돌파할 힘도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기 자신에게 절망하고 공포를 느낀다.


그의 희망은 현실이 아닌 환상이고,

그 환상조차 스스로 비웃게 되는 순간이다.


조준구는 비겁하지만

동시에 되게 인간적으로 잔인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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