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를 참 좋아합니다.
20대 시절 만화 책을 빌려보고
비디오를 대여해 몇 번을 돌려봤었지요.
2023년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영화관에서 아들과 두 번을 함께 봤어요.
더 안 본게 아쉬울 정도였네요.
휴대폰 케이스도 슬램덩크에요.
폰을 손에 쥘 때면 그들의 숨결이
들리기도 하거든요.
5명 중
정대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불꽃남자'라는 불리는 인물이죠.
정대만처럼 불꽃여자는 아닙니다.
비리비리하고 감정에 따라 물결치고
운동이라고는 할 줄 몰랐으니까요.
어제는 '토지 완독 챌린지'
줌 미팅이 있었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요.
끝나고나서부터 졸음이 덮치더라고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누웠어요.
'내일은 컨디션이 더 좋겠지.'
기대와 함께.
라라랄라.
오늘이 열렸다고 합니다.
어김없이 알람 소리에 벌떡.
미라클 주니 방에 굿모닝 인사를 남기죠.
어?
어깨가 자꾸 뒤를 돌아 보더군요.
'졸려, 잠시만 눕자.'
은근 속삭입니다.
'어제 충분히 잤어. 왜 이래.'
그녀석에게 넘어가지 않으려고 버텼어요.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
양치질을 하고 물을 마셨어요.
'역시 벌떡이야. 움직이면 된다니까.'
의기양양 개선장군처럼 들썩였죠.
베란다로 나가 앞동의 불 켜진 집이...
어?
또 뭘까요.
없어요.
까매요.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도 불이 꺼져 있었어요.
그날도 은근 아쉬웠죠.
오늘은 덩달아 어깨가 축 내려가네요.
혼자서 동지라고 생각했었어요.
페이스 메이커가 없어진 느낌이에요.
방으로 돌아와 명상을 하려는데
잘 안되더군요.
피이, 김새는 소리가 났죠.
딴짓을 하려고 손이 휴대폰을 향합니다.
그 순간 나를 향하는 한 사람.
내 휴대폰 안에서 응원해주던 녀석.
정대만.
"고요하다. 이 소리가..
몇 번이라도 날 되살아나게 한다."
그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갑자기 뜨거운 공기처럼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고요하다.
이 소리가.
앞동의 불이 꺼진 적막,
페이스 메이커가 사라진 듯한 허전함,
졸음이 속삭이던 그 틈.
그 고요함이
나를 깨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의 불빛이 아닌
내 안의 불씨로 버티는 시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정대만은 늘 말했지요.
오늘은 그 말이 이렇게 들립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남이 켜둔 불빛이 없어도,
같이 걷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새벽은 여전히 열려 있고
나는 여전히 여기 서 있습니다.
어깨를 한 번 돌립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숨을 길게 들이마십니다.
그래,
불꽃남자는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비리비리해도,
졸려도,
잠깐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불씨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오늘 새벽은
누군가의 불빛이 아니라
내 불씨로 시작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모든 새벽을 충실히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98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