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31분, 낯설던 숫자가 나를 설명하게 됐다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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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는지 생각이었는지

뭐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소리가 선명해지더니

현실처럼 생생하더라고요.

뭘까?

잠결에도 이상하다 싶었죠.

그 소리는 점점 커졌습니다.

귀에 익숙한 소리였어요.

"야야! 그거 아니야!"

놀리듯 외치는 말.

아들이 친구와 통화 중이었나 봐요.

한참을 잔 줄 알았는데

얼마 못 자고 잠에서 깼나 봅니다.

밤 10시.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잠드는 나.

반대로 가장 늦게 눕는 아들입니다.

나 역시 20대에는 그랬네요.

친구들이 좋아서

그 분위기에 신나서

웃고 떠들고 몇 잔을 마시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까요.

자정 넘기는 건 당연했고요.

새벽 3시 전에 귀가하면

일찍 마무리한다고 아쉬워했었네요.

술이 술을 마시다 보면

해 뜨기 전엔 들어가자며

새벽 5시에 자리를 끝내기도 했었고요.




오늘은 알람 보다 먼저 잠이 깼어요.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25분.

망설였지요.

더 잘까 말까.

알람 울릴 때까지 더 누워 있을까 말까.

그걸 고민하는 사이

다른 생각들이 밀고 들어오려 하더군요.

고민하지 말라는 신호인가 봅니다.

천천히 일어나 불을 켜고

책상에 펼쳐 둔 책 페이지를 찍고

또 멈칫.

미라클 주니 방에 인증을 올려 말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오늘따라 3시라는 숫자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새벽 3시 58분이나, 3시 31분이나.

나는 이제는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

20~30분 일찍 깨면 더 좋은 거죠.

그렇다면 빨라서 어색한 건 아닐 텐데요.

불면증이 심할 때는

3시까지 잠 못 들다가 기운이 다 빠져

겨우 잠드는 시간이었어요.

어떤 날은

자정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3시 즈음에 깨어 좀비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들어 있지도 않은 시간.

아직도 그랬던 모습들이

몸과 기억에 우선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와 같은 시간 새벽 3시 무렵.

오늘은 덕분에 여유롭게 시작합니다.

한때는 그 시간까지 밖에서 놀기도 했지요.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3시는 끝이 아니라 한창이었고,

5시는 "이제 들어가자."는 신호였으니까요.

그때의 3시는

열기와 소음 속에 있었고,

몸은 지쳐도 마음은 들떠 있던 시간.

또 어떤 날의 3시는

불면증으로 버티다 지쳐 겨우 잠들거나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시간.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고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시간.

지금의 3시는

내가 먼저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같은 숫자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네요.

뒤척이며 버티던 3시도,

지금처럼 스스로 일어나 앉은 3시도

모두 나였지만 결은 전혀 다릅니다.

그때의 나는 시간에 휩쓸려 있었고,

불면의 나는 시간에 끌려다녔고,

지금의 나는 시간을 먼저 맞이합니다.


아들이 친구와 웃으며 떠드는 밤을 들으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립니다.

그 또한 지나가겠지요.

저 아이도 언젠가는

자기만의 3시를 만나겠지요.

나에겐 지나온 계절.

아들에게는 뜨거운 지금일 테니까요.

한때 나를 소모시키던 시간이

지금은 나를 채워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시간이 바뀌어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압니다.

새벽 3시 31분.

낯설었던 숫자가

이제는 나를 설명하는 숫자가 되었습니다.

급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고,

그저 고요히.

오늘도

내 하루를 먼저 열어봅니다.



당신의 아침은 어떤 시간인가요.

끌려 다니던 시간인가요,

아니면 먼저 맞이하는 시간인가요.

새벽이, 아침이

당신을 소모시키는 시간인지,

아니면 채워주는 시간인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라집니다.

그 시간이 당신의 편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나의 시간을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9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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