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작부터 지쳐 있었다.
몸이 무거웠고, 마음도 따라 늘어졌다.
마음은 뿌연 안개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글을 써야지 마음은 먹었다.
피곤은 머리부터 눌렀다.
졸음은 감정을 흐리게 만들었다.
눈을 떠도 금세 감겼다.
마음을 다잡아도 버텨야만 했다.
글을 쓰는 일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버텨내려는 날엔, 꼭 흔들림이 들이닥친다.
특히 이렇게 정신도 흐트러지고,
집중이 안 되는 날은 더 그렇다.
매일 하기로 한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하기 싫은 날.
무엇을 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왜 써야 하는지도 흐릿해지는 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컴퓨터를 켰다.
화면 앞에 앉았다.
깜빡이는 커서를 한참 바라봤다.
그 침묵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도, 내 삶이다.'
흐트러지는 날이 분명 있다.
아니, 생각보다 그런 날이 더 많다.
마음은 요동치고, 계획은 어긋난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공허한 날들.
그런 날을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냥 넘어가고 싶다.
기록하지 않고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날들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시간도 내 하루다.
그날도 분명히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글이 매끄럽지 않아도,
루틴을 지키지 못해도,
잠들기 전에 정신없이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
그게 나를 겨우, 아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제대로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미흡하더라도,
산만한 머릿속에서 쥐어짜낸 글일지라도.
하루를 놓지 않고 기록했다는 사실.
이건 내가 오늘을 놓지 않았다는 흔적이다.
그게 오늘 나에게는 충분했다.
삶이란 그런 날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반짝이는 날보다 멍한 날이 많다.
의욕 넘치는 날보다 버티는 날이 더 많다.
그런 날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그게 나를 붙들어주는 언어다.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다.
피곤을 참으며 쓰는 문장들.
마음이 온전히 담기지 못한 단어들이다.
그래도.
이건 내 오늘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다.
지금 나처럼,
흐트러진 하루를 보내는 이에게, 이 말을 다정히 건네고 싶다.
"오늘 당신도, 참 잘 살아냈습니다."
저와 함께
글쓰기와 책쓰기를 이어가는 분들,
우린 앞으로 어떤 삶을 맞이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