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소한 수다 속에서 행복합니다

by 사랑주니

행복,

그건 생각보다

조용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성공이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취가 아닌,

오늘의 노을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문득 발을 멈추는 순간.

비 온 뒤 작은 풀잎에서도

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눈.

너와 내가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는 사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한 게 아닐까요.

우리는 자꾸 멀리서 찾습니다.

더 커야 하고,

더 많아야 하고,

더 특별해야 한다고 믿지요.

그래서 오늘을 건너뛰고

내일을 향해 달립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더 크게 여깁니다.

돌아보면

행복은 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노을은 매일 지고,

빛은 물 위에서 반짝였고,

사람은 곁에 앉아 있었는데

내가 못 봤을 뿐입니다.

책을 읽다

한 문장에 오래 머무는 순간에도,

아이의 사소한 수다 속에서

괜히 웃음이 번지는 찰나에도,

매일 먹는 밥 한 끼에서

마음이 놓이는 시간에도.

행복은 그렇게

크지 않은 얼굴로

우리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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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그걸 알아보는 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행복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꽤 잘 살아낸 인생 아닐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무서울 게 뭐가 있을까요.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면 됩니다.

멀리 도망쳤다가도

잠시 잊고 살았다가도

다시 이 자리로 오면 됩니다.

행복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잠시 등을 돌렸을 뿐,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그 끝에

결국 다시 돌아올 곳이 행복이라면,

이보다 든든한 일이 또 있을까요.

세상은 생각보다 잘 흘러갑니다.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계절은 바뀌고

해는 다시 떠오릅니다.

그러니 물살을 거슬러 허우적대기보다

흐름을 믿어도 좋습니다.

노을을 한 번 더 보고,

윤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느끼는 일.

행복은

늘 오늘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잠시 멈춰

바라봐 주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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