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주니 미라클주니
떠오르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움직이고 책상에 앉았어요.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아무런 글자도 나타나지 않아요.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끄적거려봐도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을 시도해 봐도
머릿속은 까맣습니다.
글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이 싫어서
미리 글을 준비했을 겁니다.
글감을 정해두고
새벽의 느낌으로 마무리해두는 방식이었죠.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었거든요.
지금도 저장해둔 글은 몇 개 있고요
메도 해둔 글감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새벽 글을 다르게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꺼내 쓰지 않아요.
새벽에는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기본적으로 몸을 푸는 활동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바로 글을 씁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한 후 글을 썼어요.
행동을 먼저 하고 나서야
생각이 정리됐고,
정해둔 글감을 꺼내 정리한 뒤에
키보드에 손을 올릴 수 있었지요.
지금은 순서를 바꿨어요.
글을 쓰고 나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해요.
글쓰기가
나를 깨우는 시작이 되게 하기로 했거든요.
그렇게 정한 뒤부터는
새벽 글은
그 순간 떠오르는 문장을 쓰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만 하면
무의식이 먼저 글을 쓰는 느낌을 받았어요.
손이 알아서 움직이고,
생각이 슬슬 흘러나왔지요.
신기했고요.
재미있었어요.
'아, 습관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행동.
4시 30분이면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
그게 내게 새겨졌다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그 느낌이 오지 않아요.
예전 같으면 여기서 조급해졌을 텐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해보려 합니다.
문장이 안 오면
오늘은 '안 오는 날'로 기록합니다.
그래도 자리에서는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습관이 늘 완벽하게 작동하진 않아도,
내가 멈추지 않는 쪽을 택하려고요.
지금은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그런 나를 받아들입니다.
오늘은 지금의 나를 씁니다.
나타나는 문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게 한 줄이든, 두 줄이든요
이 새벽을 건너는 방식은
결국 앉아서 기다림을 선택하는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안 써진다고 썼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문장이 없던 새벽도,
포기하지 않으면 한 편이 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모든 순간의 나를 받아들이기.
미라클 모닝 699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