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내 ‘퀘렌시아’였다

by 사랑주니

멍했다.

오늘 새벽은 뭐든 잡히지 않았다.


마음의 문제였든

수면이 띄엄띄엄해서 그랬든

몸이 내 것이 아니었다.

정신 차리자는 말을 들이부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다.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 새벽 공기를 마시고

콧구멍을 뚫고 얼굴에 바람을 맞아야 한다.


느릿느릿

어기적어기적 움직였다.

현관문이 둔탁하게 열렸다.


아직은 겨울이 남아 있는 차가운 공기가

훅 불어왔다.


그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드는 건 아니었다.

다만, 멍한 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는 게 있었다.

피부, 숨, 발바닥.


나는 그 반응을 믿기로 했다.



걷는다.

천천히 몸을 깨운다.

숨이 깊어질 때까지

속도를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도 늘 나가는 그 운동을 다녀왔다.

멋지게 해내지는 못해도

‘밖으로 나가는 나’를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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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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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엔

아까의 멍함이 조금 옅어져 있었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닌데

몸이 움직이자 마음도 한 칸 따라왔다.


오늘 새벽의 결론은 단순하다.

잡히지 않는 날에는

생각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몸을 먼저 밖으로 데려가면 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안식처.

그걸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쩌면 해가 떠오르기 전

나를 기다리는 새벽 공기가,

걷고 달리는 그 시간이

내게는 퀘렌시아다.


오늘도

내 안식처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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