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야”로 덮어둔 마음이 나중에 더 아팠다

by 사랑주니


예전에 친구가 용기 내서 힘든 얘기를 꺼냈는데, 무심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다들 그렇게 살지 않아?”

“그 정도는 사는 게 다 그래.”


그땐 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이 상대의 마음을 다시 닫게 했을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저 역시 한참을 참다가 꺼낸 말을 누군가 가볍게 받아치면, 서운해요. 엄청 참고 버티다가 겨우 꺼낸 말인데 말이에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도, 마음이 답답할 땐 이상하게 미루게 됩니다. “이건 내가 참으면 되지.”라고 넘기고, “별일 아니야.”라고 가볍게 덮어두고요. 그렇게 덮어두는 쪽이 더 익숙한 사람도 많고요.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것을 밖으로 꺼내는 방식 또한 사람마다 다르고요. 그래서 ‘꺼내기만 하면 다 해결된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꺼낸 뒤에도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꺼내는 시작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든, 상담을 받든, 혼자 정리를 하든 방법은 다양하겠지요. 무엇을 선택하든 그 자체가 선택이고 시작입니다. 그 선택과 시작을 못 하고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지점이 제일 먼저라고 봅니다.


한 번에 풀릴 수 없는 일인데, 그 한 번이 잘 안되었다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게 되니까요. 저도 여러 번 그랬어요. “이건 안 돼.” “이건 어려워.” 하며 마음을 닫고 눈을 감았지요.


그러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그때 조금이라도 꺼내볼걸” 하고 후회하곤 했습니다. 어떤 상처는 더 깊이 곪아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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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힘듦이든 답답함이든, 말로 꺼내기 어려우면 글을 쓰며 조금씩 꺼내보자는 것.


꺼내는 시작을 하는 것. 그 꺼내기를 반복하면서 다시 스스로를 보듬어 주는 것. 그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글을 써보니, 글은 그 마음을 꺼내기에 좋은 방법 중 하나 더군요. 마음속에만 있던 것을 문장으로 옮겨놓는 일도 결국은 용기였어요. 내 마음을 열고, 내 상처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 어렵지만, 그것부터 시작이더라고요.



글쓰기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밖으로 옮겨놓는 일이었어요. 안에만 있을 때는 덩어리처럼 커지던 게, 밖으로 나오면 모양이 보이고 크기도 가늠이 됩니다. 글쓰기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치유의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느꼈어요. 혼자 삭히면 곪고, 어느새 마음에서 몸까지 번져 나를 힘들게 하잖아요.


이렇게 비유해 보고 싶어요. 꺼내서 조금은 날리고, 꺼내서 조금은 연하게 하고, 꺼내서 햇볕에 말리면 조금은 소독이 되지 않을까.



글이 당장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더라도, 내 마음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있더라고요. 중요한 건 한 번으로 끝내려 하지 않는 것. 오늘은 말 한 줄이든 글 다섯 줄이든, 아주 작은 꺼내기 하나면 충분해요. 조금씩 꺼내고, 조금씩 연하게 하고, 다시 평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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