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독서 챌린지를 운영하면서 여러 번 놀랍니다. 사람이 책을 읽는 것 같지만, 책이 사람을 조금씩 바꾸어간다는 걸 보기 때문입니다.
독서 모임 단톡방에 올라온 아침사령관님의 글을 읽고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긴 장편소설은 처음 읽는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한 그 글에는 두려움과 흔들림, 적응과 꾸준함이 만들어낸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 챌린지를 시작할 때는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고 했습니다. 3개월이 끝나가는 지금은, 매일 토지를 읽으며 조금씩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책도 꾸준히 읽으면 읽히고, 낯설었던 사투리도 어느새 익숙해진다는 것. 그리고 매일 2꼭지, 3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 독서도 루틴이고, 완독도 습관이라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글이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그 기록이 한 사람의 독서 감상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함께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마음으로 닿기 때문입니다.
“나만 버거운 게 아니구나.”
“조금 힘들어도 계속 가면 되는구나.”
그런 믿음을 서로에게 건네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이렇게 긴 장편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에요. 시작할 때 자신이 없었어요. 혼자였다면 중간에 흔들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챌린지를 연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함께 읽으면 완독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예상과 다르게 점점 더 토지에 빠져들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재미있었고, 더 놓을 수가 없었지요.
토지를 이미 완독하고 다시 읽는 분이 6권 이후부터가 더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악역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갈등이 높아져서, 답답하고 짜증 나고, 마치 고구마를 몇 개 먹고 물을 안 마신 것처럼 꽉 막힌 기분이 든다고요. 그래서 이쯤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더 설레고, 더 궁금했지요. 은근히 욕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시대는 삶이 그랬구나 싶고, 세상에는 왜 저런 인간이 있나 싶다가도, 또 그런 인물들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해서 자꾸 다음 장을 넘기게 됐습니다.
읽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토지는 너무 어릴 때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삶을 조금 겪어본 뒤에 읽어야 더 깊이 다가오는 책인지도 모르겠다고요.
오십이 된 지금 읽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아, 지금이 토지를 읽어야 할 때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의 욕망과 관계의 모순, 인생의 허무와 애틋함을 조금은 체감한 나이라서 그런지, 인물 하나하나가 더 흥미롭고 더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다 같은 인생이고, 결국 다 지나가고, 결국 다 죽는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나이여서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 매일 감탄하며 읽습니다. 박경리 작가님을 두고 왜 그렇게까지 존경하는 분으로 말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처음 20명으로 시작한 토지 완독 챌린지는 지금 13명이 함께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떠났지만, 남아 있는 13명은 지금 가장 어려운 구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처음의 열정보다 지금은 의지가 더 필요한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손에서만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시간을 지나 마침내 끝에 닿을 것입니다.
아침사령관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확인했습니다. 완독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매일 조금씩 읽는 사람이 해내는 일이라는 것을요.
우리의 30분이 쌓여 한 권이 되고, 그 한 권이 쌓여 토지 20권 완독을 이룰 것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대신 멈추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길 끝에서 “우리가 해냈다.”라고 같이 웃으며 말할 그날을,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