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히 미루든지, 어정쩡함이 소진을 만든다

by 사랑주니


지난 일요일 미라클 주니 줌 미팅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를 더 분명히 느꼈습니다. 우리는 자주 루틴을 더 많이 붙들어야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요. 실제로 사람을 오래 가게 만드는 건 리듬이더군요.



그날 미팅에서는 서로 다른 듯 비슷한 고민들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집에 오면 한두 시간을 멍하니 보내게 된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건 오자마자 씻고 쉬는 건데, 퇴근 후 일까지 들고 와서 회복도 못 하고 잠도 잘 못 잔다고요. 또 어떤 분은 블로그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루틴을 많이 얹어놓았더니 우울감과 강박이 더 커진 것 같다는 말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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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듣는데, 문제는 게으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지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너무 성실해서, 너무 잘해내고 싶어서, 너무 놓치고 싶지 않아서 생긴 피로입니다.


우리는 자꾸 더 하려고 합니다. 글도 써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기록도 남겨야 할 것 같지요. 좋은 것은 삶에 더 얹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하나씩 더하다 보면 어느 순간 루틴이 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루틴에 쫓기게 되더군요.



그날 제 마음에 오래 남은 단어는 “리듬”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이 어느 순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면 강박이 되지요. 그러면 아침도 쉬는 시간이 아니고, 글도 기쁨이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같은 루틴인데 감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는 유연함을 우선으로 합니다. 지속하고 싶다면, 내려놓을 것도 정해야 한다고요. 안 하고 있는데 계속 마음만 쓰이는 일들이 있지요. 해야 하는데 미루고 있는 숙제들 말입니다. 그런 일들은 실제로 하지 않아도 이미 에너지를 씁니다.


행동하지 않았는데도 사람을 지치게 하지요. 그럴 거라면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하더군요. 날짜를 잡아서 하든지, 과감하게 미루든지요. 어정쩡하게 마음에만 걸쳐두는 것이 사람을 가장 오래 소진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대화에서 나온 “50% 줄이자.”라는 말도 참 좋았습니다. 그 말을 단지 양을 줄이라는 뜻으로 듣지 않았어요. 지금의 체력과 마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건 덜어내고, 진짜 중요한 것을 남기자는 뜻에 더 가까웠습니다.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되는 날이 있고, 한 문장만 적고 자야 하는 날이 있고, 아예 쉬기로 정해야 하는 날도 있지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상태를 지키는 것 아닐까요.



꾸준함은 리듬에서 나옵니다. 강박이 아니어야 해요. 내가 지치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갈 때 비로소 오래갑니다. 자기 리듬을 알고 지키는 사람이 끝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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