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리는 없는데, 얼굴에 닿는 빗방울이 보슬보슬하다.
보슬거리며 얼굴을 가만히 보듬어 준다.
요즘은 6시에도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하늘이 흐려 어둠이 더 오래 남아 있다.
괜히 겨울 같은 기분에 젖어든다.
기분만 젖을뿐, 비가 오는 아침인데도 마음은 맑다.
벚꽃이 한창이다.
이 비가 그치고, 이 바람이 멎으면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봄이면 심장이 콩닥거리다가도 한편으로는 쓸쓸했다.
분홍분홍한 벚꽃에 설레고,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괜히 야속해지곤 했다.
그러면 어떠랴.
겨우내 추위를 견디고 꽃샘추위를 넘겨 저렇게 화사하게 터뜨렸으면 된 일이다.
몫을 다했으니 떨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짧아서 더 처연하고, 그래서 더 황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가 고인 웅덩이를 피해 걷고, 물이 튈까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
새벽을 향하던 마음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꽃들에게 머물렀다.
이제는 발로 향한다.
나에게로 돌아왔다.
걸음은 어떤지.
발바닥은 괜찮은지.
종아리와 허벅지는 무리하지 않는지.
굳어 있던 어깨는 얼마나 풀어졌는지.
묘하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을 탓하다가,
꽃을 한 아름 보여주는 자연에 경탄했다가,
마침내는 나 하나에 만족한다.
오늘도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