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바다로, 나는 나로 나아간다

by 사랑주니


새벽에 나를 깨운 것이 알람인지, 우르르 쾅쾅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이었는지 모르겠다.


두 소리가 내 귀에 쿵 박혔다. 일어나기 싫었는지 알람이 괜히 미웠다. 친구 같던 녀석이 오늘은 놀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괜히 미워해 봤자 나만 손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시작할 수는 없지.


‘그런 생각 하지 말자. 이 녀석도 충실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걸. 오늘도 나를 깨워 준 너에게 감사할게. 감사합니다. 굿모닝.’


그럴 때면 무작정 “감사”를 꺼내든다. 억지 같아도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바람은 비를 데리고 왔나 보다. 소리마저 젖어 있는 것 같은 아침이었다. 그럴 때면 핑계가 고개를 든다. 오늘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비도 오고, 바람도 이렇게 부는데. 안 돼.


이럴 때는 그 틈을 오래 주면 안 된다. 새벽 글을 쓰고 책을 조금 읽다가 벌떡 일어났다. 워머를 두르고 얇은 패딩 점퍼를 걸치고 현관으로 향했다. 운동화를 꺼내 발을 넣었다. 쏘옥.


우산도 집어 들고 현관문 손잡이를 밀었다. 띠리링. 그래. 나가면 그것으로 된 거다. 알람이 놀렸든, 바람이 세게 불든, 비가 내릴 것 같든 일단 나가서 다시 선택하는 거다. 들어올지, 더 나아갈지.







땅은 조금 젖어 있었고 비는 잠시 멈춰 있었다. 이럴 날 문득 떠오르는 건 바다. 그래. 오늘은 바다다. 그럴 줄 알고 차 키를 챙겼나 보다. 이럴 때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나도 이제는 안다.



세상은 흐리고,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고, 바람은 세게 불고, 비는 오락가락했다. 바다 앞에 서 있으면 금방이라도 휩쓸릴 것 같은 날이었다.


해수욕장 모래 위, 파도가 더는 들어오지 않는 경계에서 어싱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닷물 바로 옆을 힘차게 걷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을 휘몰아 바다를 삼키고 우리를 덮칠 듯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저마다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알겠더라. 나는 나로 나아가면 되는구나. 바람이 세든, 마음이 흔들리든, 내 몫의 걸음으로 가면 그걸로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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