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쑤어 온 팥죽, 상갓집을 돕는 제주 풍습

by 사랑주니


제주에는 장례와 관련된 오래된 풍습 가운데, 상갓집에서 팥죽을 먹는 관행이 있다.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 하필 장례를 치르는 집에서 팥죽일까. 그것도 왜 사돈집에서 팥죽을 쑤어 오곤 했을까. 이 풍습을 들여다보면, 제주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관계의 온도가 함께 보인다.



제주에서는 관을 짜거나 입관을 하는 날 즈음, 사돈집에서 팥죽을 준비해 상가로 가져온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보태는 일이 아니었다. 상을 당한 집은 슬픔도 크지만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느라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그때 가까운 인척인 사돈이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며 마음을 보탠 것이다.



팥죽에는 또 하나의 뜻이 담겨 있다. 예부터 붉은 팥은 잡귀를 물리치고 부정을 막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상갓집의 어수선하고 무거운 기운을 덜고, 남은 이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팥죽을 쑤었다.


제주 상갓집의 팥죽은 음식이면서 동시에 위로였고, 액을 막고 무사함을 비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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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역할을 사돈이 맡았다는 점이다. 사돈은 가족이면서도 조금은 바깥의 손을 가진 존재다. 너무 안쪽이라 슬픔에 잠기기보다는, 바깥에서 실질적으로 돕고 챙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사돈이 팥죽을 준비하는 일이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관계의 책임과 정을 보여주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결국 제주 상갓집의 팥죽 풍습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슬픔은 혼자 견디는 것이 아니라는 것.

큰일 앞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과 손을 함께 보태야 한다는 것.


음식 한 그릇에도 한 사람을 위로하고 한 집안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제주 상갓집의 팥죽은 그래서 특별하다. 슬픔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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