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새벽엔 달리기 못하겠구나.”
어젯밤부터 오늘은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었다. 조금 아쉬웠고, 조금 반가웠다. 달리고 나면 타오르는 심장을 느낄 수 없으니 아쉬웠다. 요즘 토지와 레미제라블에 빠져 있어서, 뛰지 못하면 책을 더 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마음으로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와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다 입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 못 뛸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이미 운동복을 챙겨 입고 있었다.
새벽 글을 올리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고요했다.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우산도 챙기지 않았고, 날씨도 다시 확인하지 않은 채 운동화를 신었다. 나가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땅은 젖어 있었고, 빗방울 하나가 톡 떨어졌다. 딱 그 정도였다.
발걸음은 씩씩했고, 몸은 가벼웠다.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뛰었다.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였다. 더 마음껏 달렸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어쩌면 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젖은 땅을 밟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늘은 못 뛸 줄 알았다.
나는 이미 운동장에 서 있었다. 비보다 먼저 와 있던 건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마음보다 먼저 달리고 싶은 몸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