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예민해?"
"별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속상해?"
그 말이 나를 더 무너지게 했어요.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요.
내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거든요.
누가 나에게 상처준 것처럼.
그날은 특히 그랬어요.
가슴이 답답해서 아무 말도 하기 싫고요.
마음은 또 시끄럽기만 했어요.
속상했어요.
서운했어요.
억울했어요.
그걸 누구에게도 딱 맞게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괜히 민감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요.
그냥 참았어요.
혼자서 계속 곱씹고요.
혼자서 계속 상처를 키웠습니다.
"그러려니 해."
툭 던지듯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그 말이 더 서운했어요.
진짜 별거 아닌 말 같았거든요.
'이해하지 못하니까 던지는 말 같아.'
처음엔 너무 무심하게 느껴졌어요.
무책임한 말 같았고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상하게도요.
어느 날부터인지 그 말이 마음 안에 남기 시작하더군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올 때,
억울한데 말할 곳 없을 때,
내가 왜 이렇게까지 예민한가 싶은 순간들에는요.
다른 말보다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러려니 해."
내 마음을 억지로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러려니 해."
가령 이런 날이었죠.
남편에게 짜증을 냈어요.
이내 후회가 밀려와 마음이 무너지잖아요.
'왜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 될까.'
자책하고 있을 때,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 때요.
그 말이 저를 툭 잡아당겼어요.
"그러려니 해."
'지금은 그런 날인가보다.'
'지금은 좀 버거운 상태였나보다.'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그 말은요.
어떤 날은 울음을 꾹꾹 참고 있던 마음의 뚜껑을 열어줬고요.
어떤 날은 괜찮지 않은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어요.
그 말 하나로 내가 느낀 수많은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감정에 완전히 휩쓸릴 뻔한 순간에 잠깐 멈출 수 있었어요.
그 말 덕분이었어요.
상황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그저 감정에 완전히 삼켜지지 않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말이에요.
잠깐이라도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요.
덜 흔들리고요.
덜 아프게 하루를 넘겼어요.
무심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를 살렸어요.
"그러려니 해."
세상의 말에도,
사람의 표정에도,
내 마음의 들쑥날쑥한 날에도요.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조금씩 버틸 수 있게 됐어요.
'그러려니.'
그렇게 살아도 괜찮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마음이 저려올땐 입 안에서 되뇌어요.
마음이 다 무너지는 날에도 이 말이 내 안에 남아 있었어요.
무심한 말 한마디.
이 말 하나가 나를 다 울리고, 또 다독입니다.
그러려니 해.
그래, 그렇게라도 살아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