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누리지 못한 제주 사람
오랜만에 제주시 오름,
별도봉에 다녀왔어요.
집을 나서기 전, 슬며시 고개를 드는 마음.
추울까?
바람이 센데?
패딩을 챙길까?
겨울 모자를 들고 갈까?
쓸데 없는 걱정이지만
준비성이라고 해둘게요.
제주는 아직 가을이에요.
어제 바닷가를 달리는데도
반팔에 반바지 입고 뛰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오버였죠.
오름을 오르다 보면 땀이 날 테니까요.
언니들에게 소식을 전했어요.
오늘은 바람이 꽤 세다고.
밖에 나가지 않은 언니도
걱정스러운 말을 했어요.
그래요.
역시 나가봐야 알아요.
직접 해야봐 느끼는 걸
이렇게 또 깨달아요.
최근에 글쓰기를 시작한 언니들.
얼마 전 큰언니는
별도봉 근처 사라봉을
'인간이 되어가는 형부 곰'님과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전 혼자 갔어요.
"같이 오는 남편 없어요. 혼자예요."
제가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해서
1년 넘게 새벽 4시에 일어나다고 해서
남편님이 그러시는 건 아니에요.
그 분은 그 분만의 자유를 누리시죠.
늦잠이라는 자유.
제주의 별도봉은 작은 오름이에요.
20~30분이면 충분히 올라가는 곳.
지난 5월에 오고, 한동안 뜸했어요.
한라산 등반 연습 전엔 생각도 못 했던 곳.
오랜만이라고 오르막에선
숨이 벅차고 허벅지가 꽤나 힘들어했어요.
역시 운동을 더 해야 하나 봅니다.
올라가느라 더웠고요.
올라가니 시원했어요.
바람은 찼지만 춥지 않았어요.
한 마디로, "잘 올라 갔다."
그 가까운 곳을 멀다 했네요.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데도.
집 근처엔 나무가 없다고,
창문 열면 아파트만 보인다고,
제주의 삶도 별반 없다고 말했어요.
제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더라고요.
토박이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있던 자연을 당연스레.
첨부터 내 것인양.
아무때나, 언제든 갈 수 있을테니.
그랬습니다.
거기 그대로 있을테죠.
몸이 아파, 다리에 힘이 없어
갈 수 없을 수 있다는 건 몰랐어요.
그땐 아름다움을 모르기에
아쉬움도 없을까요.
일상의 신비로움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충만한 삶을 말했던 건 아니었는지.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좋죠.
가끔은요.
코 끝에 바다 내음 넣고
볼 안쪽으로 산들 바람 넣으면
더 살맛나겠지요.
제주에 살면서 너무했다 싶어요.
"주니야, 미안해."
당연했던 것들이 고마워요.
가까이에 있어도,
마음이 가야 비로소 닿는 것 같아요.
가까운 곳부터 천천히 걸어볼까요.
우리 안에 쌓인 계절도 함께 풀릴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