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이이"
앗! 어쩌지?
사라졌다.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아까 달리기하며 떠올랐던 생각.
속으로 글을 쓰며
'이건 꼭 남겨야지.' 했던 그 순간.
'아하. 그렇네. 이거였네. 와우.
이따가 이 걸 글로 써야겠다.'
이랬다는 느낌만 남았고,
내용은 아무리 떠올려도 보이지 않는다.
뭐였지?
엄청난거였는데.
아, 그때 메모할걸.
뛰면서 녹음이라도 할걸.
아쉬움 가득이다.
어쩌랴, 아무리 헤집어도 못찾는 걸.
깨달음에도 깊이가 있는 건 아닐까?
100% 라면
나는 그중 10%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마치 전부를 꿰뚫은 듯 착각했나 보다.
그래서 다시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닐까.
만약 그것이 내 안에
완전히 새겨졌던 거라면
잊혀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직은 그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메모하고,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사유를 덧입히는 과정.
그게 글쓰기일 것이다.
그 과정에 10%였던 깨달음이
20%, 30%가 되기도 하겠지.
기록으로 이어지지 못한 알아차림은
내 안에 덜 여물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수련이 더 필요할테다.
어쩌면 다 알았다고 착각할까봐,
스스로 메모를 회피했던 건 아닐까.
정말 내 것이 되었다면,
어디에 적지 않아도
다시 떠올랐을 테니까.
깨달음은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더 깊어지기 위해
잠시 숨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의 실마리는
내 마음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을 거다.
내가 다시 꺼내주기를 기다리며
말없이 웅크려 있겠지.
기다려주렴.
내가 널 잊지 않을게.
너를 향한 길을 열어볼게.
책을 읽고 사유를 멈추지 않을게.
내가 너에게 손을 뻗는 그날.
부디 반갑게 인사하자.
혹시 당신도,
"와, 이건 꼭 기억해야지."
했다가 순간 사라져버린 생각,
있나요?
그 기억나지 않는 한 줄의 생각이
지금도 당신 마음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그때 못 적은 생각,
다시 꺼내주기 위한
당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사유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