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에 따른 미래 시나리오
최근 끝난 2026 CES는 올해가 피지컬 AI의 원년이라고 선언하는 장이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실험실 영상 정도로만 보던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올 뉴 아틀라스'의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수직 상승하기도 했죠.
Chat GPT 이후 전 세계는 AI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작년엔 우리나라에서 테슬라의 FSD가 풀리기도 했죠.
그렇다면 AI가 발전한 미래는 어떨까요? 10년 뒤를 상상하며 희망편과 절망편을 차례로 올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날이었던 것 같다. 2026 CES에서 현대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새로운 아틀라스의 실물을 공개했던 날. 그 순간이 지금 우리가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임 선포하는 날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에 열광했고 얼마 안 가 양산에 들어가서 실제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된다는 발표에 현대자동차 주가는 치솟았다. 미국,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며 정치권도 밀어줘서 5년이 채 안되어 대기업 공장들은 모든 공정에 AI가 적용되고 운반 등 기본적인 작업부터 피지컬 AI(로봇) 사용이 시작됐다. 로봇에 심어진 AI는 학습능력이 뛰어나 3년이 채 안되어 복잡한 작업도 대신하게 됐다.
문제는 AI의 발전에 따라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ChatGPT가 출시된 이후 일반 사무직은 물론 전문직도 신입을 잘 뽑지 않게 됐다.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는 AI가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림, 음악, 영상 등이 AI로 '딸깍'하고 만들어지는데 3년이면 충분했다. 이름 있는 아티스트, 가수, 배우들을 제외한 무명의 예술가들, 디자이너들이 필요 없어졌다.
기능직 등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은 좀 더 오래갈 줄 알았지만 로봇이 일반화되면서 급격히 인원을 줄였다. 신입을 뽑지 않고 퇴직한 사람들은 모두 로봇으로 대체됐다. 어느덧 공장의 이미지는 조명이 없고 24시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가 일반화 됐다.
그래도 처음엔 신입사원을 안 뽑는 정도로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기존 직원들의 대량 구조조정 사태가 시작됐다. 정치권은 여야 합의로 각종 제도가 친기업적으로 바뀌어나갔다.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AI와 피지컬 AI를 도입하는 비용에 대해 세제혜택은 물론 보조금까지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노동유연성을 높인다고 하면서 해고가 쉬워졌다. 문제는 해고만 쉬워지고 취업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년은 60세지만 실제는 40대 중반에 팀장급 이상이 되지 못하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청년실업률은 50%를 육박했다. 실업률이 치솟자 고용보험도 금방 고갈됐다. 친기업 정책으로 인해 법인세율 등 세금은 줄어들었고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급격히 고갈되어 갔다. 의사들도 진단은 진작에 AI가 했고 쉬운 수술부터 로봇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AI와 로봇을 도입하지 못하는 병원들은 폐업하기 시작했다. 의료 효율이 높아진 것 같지만 의사 기피 현상에 건강보험 고갈로 아프면 병원에 가기도 어려워졌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들도 평균연령이 10년 올라갔다. 즉 기존의 50대들이 60대가 돼서도 AI를 사용해서 일을 할 뿐 젊은 사람들은 수습으로 일할 자리도 사라졌다. 건축, 연구, 공학 분야는 조금 나았지만 소수만 뽑았다.
실업률이 치솟고 복지예산이 축소되고 경기가 하락하자 집값이 폭락했다. 은행은 담보가치가 하락한 주택의 대출을 가혹하게 회수하기 시작했다. 집을 잃고 거리로 쫓겨난 노숙자가 급증했다. 20세기말 찾아왔던 IMF 위기가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AI와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직원을 정리해고한 대기업들은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엄청나게 돈을 벌게 됐다는 것이다. 휴일도 없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과 너무나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솔루션을 내놓는 AI 경영시스템은 기업의 경상이익률을 평균 50%까지 올렸다.
사람들은 무작정 쫓겨나지 않으려 저항했다. 일부 과격한 노조 중엔 자신들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로봇을 때려 부수는 등 격렬한 파업이 이어졌다.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으로 불렸다. 18세기 산업혁명 때도 그랬듯이 러다이트 운동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과격한 이미지만 부각되면서 금방 대중의 관심에 멀어졌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세가 되면서 법인택시부터 로보택시가 도입됐다. 규제가 완화되자 개인들도 자신의 자율주행차를 낮에는 영업용으로 돌렸다. 택식기사들이 파업을 했고 한 명이 분신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나중엔 법인택시도 개인의 자율주행 공유 택시에 밀려서 폐업이 이어졌다. 2030년 가까이 되자 자동차회사들이 직접 로보택시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됐다. 물론 자동차를 구입할 돈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취업이 안되니 그동안 각광받던 컴퓨터 공학과 등 취업이 잘되던 학과는 물론 대학 자체의 인기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유일하게 로봇으로 대체가 안 되는 공연산업과 스포츠산업으로만 몰렸다. 의무교육인 중고등학교도 가지 않고 처음부터 연예 기획사와 스포츠 아카데미로 들어가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갔다. 연예계 중에서 영화, 드라마 등은 일부 스타를 제외한 조연, 단역은 거의 AI로 만드는 것이 대세가 됐다. 직접 무대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분야만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경쟁률은 더 높아졌다. 반면 수많은 대학은 재정난으로 합병을 하다가 폐교를 했다.
처음엔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서 좋았다. 특히 수출 위주의 대기업은 좋았지만 내수 업종은 점점 축소됐다. 안 그래도 10년 전 0.7명 수준이던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이제 0.5까지 떨어져서 인구가 4천만 명 초반이 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수출 대기업도 좋은 시절이 오래가지 못했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AI와 로봇을 속속 도입하면서 대량실업은 전 세계적인 뉴 노멀이 됐다. 소비가 위축되는데 생산이 늘어나니 미국과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왔다. 21세기판 대공황이 왔다. 소비 위축과 디플레이션은 더 큰 소비 위축과 수많은 기업의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트럼프가 시작한 자국 우선주의로 자유무역이 축소되고 국지전이 계속 일어났다. 그나마 엄청난 방위산업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이 잘 나간 반면 국가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죽음의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라고 비난하며 여러 나라에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10년 전에 장밋빛 미래를 점쳤지만 10년이 지나자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부익부 빈익빈이 악화되고 모두의 모두를 향한 투쟁으로 연대의식도 없어진 심신이 피폐한 사회가 되었다.
10년 전 아틀라스의 놀라운 움직임을 보고 환호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그때 이런 사회가 올 것에 대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을 모두 후회하고 있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하다못해 로봇이 조금이라도 이상행동을 하면 눈에 빨간 불이라도 들어오도록 하는 법이라도 만들었어야 했다. 자칫 우리 뒤통수에 파이프를 꽂고 매트릭스로 들어가기 전에 말이다.
이제 유일한 인류의 희망은 존 코너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