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 여행자다 #3

<SF 연재소설> 2040년 노동의 종말

큐브에서


신축한 지 2년 된 사옥은 일명 '큐브'로 불린다. 정육면체 형태의 유리 커튼월 건물로 각 입면을 9 등분되어 있는데 6가지 색깔이 뒤섞여 있었다. 보고 있으니 천천히 유리 색깔이 바뀌면서 큐브가 돌아가는 듯했다. 가로 세로로 회전하는 듯하더니 전체 벽면이 각각 한 가지 색깔로 맞춰지고 조금 있다 다시 섞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보니 TM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건물이 그리 크지 않았다. 판교의 웬만한 대기업 사옥보다 부지 면적은 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하긴 저기 근무하는 사람도 얼마 없다지?'


건물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나 마찬가지다. 직원이라곤 핵심 경영진과 엔지니어 몇 명뿐이라고 한다. 회사의 중요한 경영 판단도 AI가 한다고 한다.



큐브 정문에 내리자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모자를 깊게 눌렀고 마스크도 쓴 남자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굵은 글씨로 씌어 있었다.


인간에게서 빼앗은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돌려놔라


'인류애 조직원일까? 그렇다기엔 너무 평화 시위인데?'


AI와 로봇의 일반화로 수많은 실직자가 양산됐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2030년대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개중엔 AI 기업과 로봇을 공격하는 과격 단체도 있었고 정치인들과 언론은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이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조직 구성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면서 유달리 과격한 단체 중 하나가 '인류애'다. 인류애는 노동은 신성하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신성함을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인류애는 AI와 로봇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인간의 노동력이 중요하던 시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로비 벽면에 TM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뜨면서 스마트 워치에 임시 출입패스가 들어왔다. 동시에 스마트 글라스에 왼쪽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안내가 뜬다. 스마트 워치의 패스가 인식되면서 스피드 게이트가 열리고 바닥에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화살표가 표시된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마자 문이 열리고 9층까지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2040년형 아틀라스가 회장실로 안내한다.


'고용이 없는 시대인데도 재벌들은 젊고 예쁜 여성을 비서로 채용한다는데 마일언은 그런 취향은 아닌가 보네. 홀로그램 안내가 아닌 게 어디야?'


회장실은 생각보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단순한 인테리어였다. 네 벽면 전체가 스크린이란 것만 제외하면 가구 스타일도 14년 전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회장실은 건물 한가운데 있어서인지 창문이 없었다.

이젠 이렇게 직접 촬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마회장이 나를 궁금해하기에 잡은 기회다. 자신이 젊었을 때처럼 직접 촬영한다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사전 약속대로 단 2대의 카메라와 스마트글라스 촬영만 허용됐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빠르게 카메라 세팅을 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