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 여행자다 #4

<SF 연재소설> 2040년 노동의 종말

천재 마일언과의 인터뷰 - 1


카메라 세팅을 마치고 조금 기다리자 정확히 약속 시간인 9시 10분에 마일언 회장이 들어왔다. 영상으로만 봤던 마 회장은 45살이지만 3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나보다 늦게 태어났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다니 참. 그런데 동안이기는 하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머리와 수염은 면도를 해서 반들반들했다. 운동을 많이 하는지 탄탄해 보이는 팔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마일언입니다."


"반갑습니다. 마 회장님. 유튜버 레트로 애스트로넛입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일언은 인사하면서도 바쁘니 빨리 하자는 눈빛을 보낸다. 역시나 싸가지가 없다.


"바쁘신 분이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2026년에서 2040년으로 시간여행을 온 사람으로 불립니다. 2040년에서 몇 달을 지냈지만 너무 많이 바뀐 세상에 아직도 완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화 중에서 AI와 로봇이 모든 곳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AI라는 단어를 들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이젠 모든 곳에 AI가 있으니까요. 어쨌든 14년 전과 비교하면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긴 하지요."


"확실히 14년 전에 막 시작하던 휴머노이드를 보며 상상하던 노동의 종말이 실현된 세상이더군요. 반면 사옥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일까요 아니면 해방되어야 할 굴레라고 생각하시나요?"


"노동이 신성한 것일까요? 그 말이 맞다면 노예들은 모두 신성한 인간이었겠네요?

인간은 농업혁명 이후 노동의 굴레에 갇혀 1만 년간 고생해 왔습니다. 이전엔 배 고프면 사냥하고 채집하며 나머지 시간을 동굴에 그림도 그리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교류를 하며 살았죠. 그때는 계급도 없고 불평등도 없었습니다.

농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혁명이 아니라 쌀이나 밀의 번식을 위해 인간이 희생되어 온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유발 하라리 같은 역사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산업혁명 시절과 우리나라의 60~70년대 노동환경을 아시죠? 2차 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 정문에 ‘Arbeit macht frei,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쓰여 있었죠? 과연 노동이 인간을 자유롭게 했던가요? 노동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돕고 있는 거지요."



역시나 거침이 없다. 틀린 말도 아니다. 솔직히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려나? 그래도 준비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노동의 굴레라는 표현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노동에서 해방된 대신 14년 전에 우려했던 대로 수많은 실직자가 양산되어 사회문제가 됐더군요. 저희 때는 농담처럼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대부분은 돈 없는 백수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책임이 저 같은 기업인에게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2022년 말 Chat GPT가 출시된 이후 전문가들이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는 경고를 했지요. 사람들은 왜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을까요? 아 물론 당신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당신은 14년을 건너뛴 사람이니까요. “


“사람이 적응하기엔 변화가 너무 빠른 것 아닐까요? 새로운 세대는 몰라도 기성세대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너무 힘들잖아요. “


“그래서 이른바 로봇세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본소득세라고도 하죠. 저희 회사는 로봇세를 엄청나게 내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으로 인한 매출의 1%가 기본소득 자원으로 사용된 지 이미 10년이 다 됐습니다. 대부분 욕심부리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는데 뭐가 불만이죠? 매출의 1%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로봇세를 지금보다 10%만 덜 내고 투자로 돌린다면 더 멋진 미래가 더 빨리 올 수 있을 겁니다. 이런데도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무위도식하는데 그것이 불만이라니 참 안타깝네요"


틀린 말은 아닌데 싶으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기가 생겨서 질문을 이어갔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