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연재소설> 2040년 노동의 종말
인간과 로봇 안전요원들이 부서진 로봇을 촘촘하게 둘러싸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안전요원들 사이로 보이는 로봇의 떨어져 나간 팔다리는 검게 그을려 보였다. 화약냄새도 나는 것을 보니 폭발로 인해 부서진 것이 확실했다. 어느새 경찰차가 경광등을 울리며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경찰 2명이 회사 보안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 명은 사람, 나머지 한 명, 아니 한대는 아틀라스였다. 우리 집에서 요리를 하던 아틀라스보다 조금 더 크고 파란색의 도색에 가슴에 경찰 마크가 선명하다. 친근하던 아틀라스가 외관이 조금 달라졌다고 위압적으로 보인다.
혹시 아까 일인시위를 하던 사람이 저지른 테러일까? 둘러보니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간 것일까? 아니면 체포됐을까?
로봇을 파괴하는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은 8~9년 전쯤 시작됐다고 한다. 2030년에 현대자동차가 미국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했다. 한국도 얼마 안 가서 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로 증설되는 라인에 투입되거나 위험하고 힘든 공정에 로봇이 투입됐다. 대기업은 노조와의 합의가 어려워 기존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속도 조절을 했다.
사실 AI로 인해 먼저 사라져 간 일자리는 사무직, 전문직이었다. 오히려 육체노동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지컬 AI, 로봇이 생산 현장, 건설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자 누구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그중에서도 로봇이 빠르게 도입된 곳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아틀라스보다 기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싼 로봇들을 적극 채용했다. 곧이어 역시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위험한 건설현장에 로봇이 투입되었다. 대기업은 아틀라스나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은 저렴한 중국산 로봇이 주를 이뤘다.
사람이 없으니 조명을 켤 필요도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다크팩토리와 로봇이 투입된 건설현장이 점점 늘어났다. 이에 비례해 지방 산업단지와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로봇을 도입하지 말라는 노조의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는 점점 과격해졌고 일부 기업들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창원 기계공단의 한 기계 제조공장은 폐업을 선언하고 직원을 전부 해고한 뒤 1~2년 뒤 로봇을 투입한 다크 팩토리를 지어 새로운 이름으로 회사를 열었다. 노조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을 하고 TV 토론에도 올랐지만 기업주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의 어느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건설노조와 현장 경비 로봇이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현장소장을 면담하겠다는 노조원과 절대 불가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중 노조원 한 명이 뒤로 넘어졌다. 실수인지 로봇이 밀어서인지 불분명했지만 이를 시작으로 노조원들이 로봇을 밀치기 시작했고 로봇 한대가 넘어지며 팔. 관절이 부러졌다. 경찰이 출동해서 더 이상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진정됐지만 후폭풍은 컸다.
건설사는 노조를 상대로. 거액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로봇의 수리비와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 배상이었다. 우리 사회는 항상 그랬듯 둘로 쪼개졌다. 인간이 AI와 로봇에게 피해를 입었는데 손해 배상까지 하냐며 각박한 기업주를 비난하는 쪽과 자본주의를 파괴하고 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폭력집단이라고 노조를 비난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3년에 걸친 소송은 결국 노조원의 패소로 끝났다.
하지만 소송 결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친기업적인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고 로봇 파괴 운동에 강경하게 대응하자 폭력적인 시위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본격적인 로봇 파괴 운동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