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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큼만 하래이!

해녀가 전복을 따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간다. 숨을 참고 전복을 양손에 가득 딴 후 물 밖으로 올라오려는 순간 바다 밑 커다란 전복이 보인다. 그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숨을 무리하게 참아서 산소부족이 온다. 정신을 잃거나 간혹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경험이 많은 해녀는 신참 해녀에게 자신이 숨을 참을 만큼만 하라는 뜻으로 충고한다.


"숨만큼만 하래이"


유명강사 K 씨가 제주도에서 해녀 일을 배웠을 때 들었던 말이다.


나는 3년 전 집 근처에서 PT(Personal Training)를 받은 적이 있다. 그 트레이너는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회원님,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는 사람은 병들어 많은 시간을 내게 될 수 있습니다.'


아산에 위치한 어느 중견기업의 공장장은 자신이 없으면 공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건강을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다. 어느 날 그는 위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과 회복을 위해서 두 달간 공장 근무를 쉬어야 했다. 그동안 공장에서는 그의 부재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왜 우리는 제대로 쉴 수 없을까?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이룬 60년대~80년대는 산업시대였다. 이때는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남보다 긴 시간을 일하면 그 자체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느덧 우리는 시간의 노예가 되었고 일하는 시간에는 휴식을, 휴식시간에는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며 지내게 되었다. 그 후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이제 AI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우리의 생활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잘 나가고 있으니 바쁘고, 잘 나가고 싶으니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킨버거로 유명한 칙필레(Chick-Fil-A)는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출 기준 미국 내 패스트푸드점 순위에서 맥도널드, 스타벅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그들은 경쟁업체인 KFC에 비해 매장 수는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매출은 2배가 넘는다. 더 놀라운 것은 칙필레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패스트푸드점의 일요일 매출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칙필레의 사례는 일의 성과는 투여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들은 고객 만족도, 주문의 정확성, 맛의 세 가지 분야에게 미국 내 패스트푸드점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또한 직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때에도 칙필레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쉼을 역사적으로 가장 잘 지켜온 민족은 유대인일 것이다. 쉼에 해당하는 안식은 그들에게 일과 일 사이에 있는 휴식의 의미를 넘어서 일상을 떠나 신과의 교제를 통해서 내 인생의 소명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내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도록 충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기준으로 그다음 날인 일요일은 제1일 그다음 날인 월요일은 제2일 등으로 부른다. 그들은 BC 3세기 헬라인들과의 전쟁 중 안식일에는 싸우기보다 칼에 맞아 죽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쉼을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기며 신, 가족, 자연을 가까이 해온 것이다. 이들의 이혼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건강한 문화와 전통을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도 지켜온 것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켜왔다고 할 수 있다.


온전한 쉼을 갖고 나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다시 숨을 참을 수 있게 된다. 숨 쉴 때와 숨참을 때를 알고 실천하는 것만으로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일 년 반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나 모두 숨을 참고 지내고 있다. 어떤 해녀는 전복이 눈에 많이 보여서 어떤 해녀는 전복을 찾느라고 숨을 참고 있는 것이다. 숨을 쉬어야 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만 쉴 수 있는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는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 숨을 쉬어야 한다.


열심히 일 하지 않은 당신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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