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TD 25
우포늪으로 출사 가는 날! 우포늪에 관해서는 1년 전 사진 수업에 등록한 후 여러 차례 들어왔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 생태 안의 철새를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 등으로 사진가들에 잘 알려진 곳이란다. 아침에 6명의 회원과 만나 미니버스를 타고 3시간 만에 창녕에 도착했다.
첫 번째 일정은 창녕 5일장에서의 점심과 촬영이다. 장터 안쪽에 자리한 수구레국밥집으로 향했다. 수구레는 소 한 마리에서 약 2kg 정도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부위라고 한다. 식당 벽에 붙어있는 설명에는 "비계도 아니고 기름도 아닌" 특별한 부위라고 적혀 있다.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장터에서 자유롭게 촬영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에 관심이 많지만, 낯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머릿속으로는 넉살 좋게 상인들에게 다가가서 찍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무서운 얼굴로 카메라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만난 경험 때문일 수도! 시장 안을 걸으며 상인들의 모습과 북어, 마늘, 무, 해삼, 번데기, 미꾸라지, 2만 원짜리 원피스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잠시 시장통을 벗어나 주변 주택가를 걸으니 초가집, 낡은 담벼락 등이 내 시선을 끌었다.
다시 차를 타고 우포로 이동한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습지이다. 얼핏 깊이가 제법 되는 큰 호수처럼 보였지만 물속에 서 있는 새들을 보니 수심이 50cm 내외인 것 같았다. 늪 주변을 따라 걸으면서 나뭇가지, 부유식물 등이 물속에 비치는 반영을 열심히 찍었다.
40분쯤 지나 따오기 복원센터 근처에 도착했다. 따오기는 한 때 전 세계적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에 중국에서 7마리가 발견되었고 그 이후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개체 수가 수천 마리로 증식되어 다른 국가로 퍼뜨려졌다. 우리나라도 2008년 중국으로부터 한 쌍을 받아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인공 번식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따오기는 지금까지 642마리이고 이 중 340마리는 야생으로 방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따오기는 환경오염에 민감해서 국내 자연환경에서 성공적인 번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오기 복원센터 근처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눈에 가까이하고 따오기를 한참 기다렸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다시 장소를 옮겨 우포늪을 내려다볼 수 있는 대대제방에서 일몰 때까지 촬영을 이어간다. 왜가리, 백로 등이 금빛 노을로 물든 늪 가운데 앉아 있었고 가끔 자리를 이동하느라 날개를 펴고 뜨문뜨문 날았다. 그 모습을 담으려고 꽤나 애썼다.
2일째 일정은 새벽 4시 40분에 시작되었다. 펜션에서 차를 타고 우포늪을 향한다. 10분도 채 안 되어서 우포늪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포인트에 도착했다. 회원들이 모두 물가까지 조심스레 내려갔다. 물가에 정박되어 있는 낡은 나룻배 근처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고요한 습지를 담았다. 20초 장노출로 찍으니 아침 물안개가 어우러진 청색 톤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다시 자리를 이동하여 늪의 여러 모습을 담는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날은 밝았지만 안개가 아직도 풀 위에 낮게 깔려있다. J 선생님이 이런저런 촬영 방법과 포인트를 알려준다. 새벽은 길지 않았다.
펜션으로 돌아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포에서 사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정봉채 작가의 갤러리에 들렀다. 그는 25년 전 우연히 우포에 왔다가 이곳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우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가 타 준 커피를 마시면서 따오기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앞으로의 인생을 따오기 보존에 바치기로 했단다. 심지어는 따오기 번식을 위해 갤러리 근처에 밭을 사서 미꾸라지를 키우고 있다. 그의 갤러리 근처에는 6개월 전부터 따오기가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따오기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새들을 불러들였나 보다. 마침 그다음 주 수요일(4월 23일)부터 인사동에서 정봉채 작가의 전시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우포의 여운이 남아 정봉채 작가의 사진전 오프닝에 참석했다. 정 작가는 나를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며 습지의 사계절을 담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의 사진 속에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포의 모습들이 너무나 멋지게 담겨 있었다.
우포 출사를 통해 자연과 따오기에 대한 나의 사랑이 커졌고 자연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 보았다. 출사 여행은 끝났지만 내 안에서는 풍경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 열린 느낌이다. 올가을쯤 다시 우포를 찾아 계절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 어쩌면 그곳에 날아들 따오기와 함께 하는 순간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