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모르는 나
뇌전증 약은 몸살감기 약과 비슷한 것 같다. 뇌를 편안하게 하며 발작을 조절한다. 고단해지고 잠도 온다. 발작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부작용은 아니다.
약과 함께 어느덧 30년. 고단함이 일상생활이다. 모든 것이 느리다. 남들이 하루에 하면 나는 열흘을 한다. 이젠 느림의 미학으로 받아들인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계속 연습한다. 나 자신을 놔주려 한다.
하루가 가득 차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 몸이 지쳐도 뭔가 해야만 한다. 솔직히 프리랜서인 내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견뎌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괜히 빈말인 것 같다. 그래도 받아들이려 애쓴다.
정말 놀랬다. 다른 뇌전증 환우들의 생활. 하루 종일 반려견과 함께 꽃만 가꾸는 사람도 있다. 술 마시며 사는 사람도 있다. 책만 읽는 사람도 있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 마음 비우며 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인생을 즐기고, 마음 비우며 살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려 노력하고 있다.. 내게 과연 가능한 걸까? 하기도 하지만, 이게 발작엔 정말 중요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빠듯한 삶을 좋아하는 나이다. 나태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쉬는 법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