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oreestory
Nov 19. 2023
영국인 남편을 위한 감자빵
혼혈 아이들 첫빵도 감자빵으로
그녀의 새로운 나라는,
여러 부분에서 기대와 참 달랐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식생활, 참빵사랑하는 그녀의 기대에 어긋난 것은, 쌀밥 먹는 한국보다 빵집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빵집 매대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종류가 적고 식감의 영역 또한 제한적이다.
보이는 빵들을 하나씩 결국 죄다 도전 후 그녀는 깨닫는다.
모든 '빵'이 아니라 '한국빵'을 좋아하는 거였군.
보드랍고 촉촉한 식감의 식빵, 앙금 그득 쫄깃 도넛, 아삭 짭짤 샌드위치부터 껍질이 중독인 모카빵, 거대한 맘모스, 달콤한 밤빵, 퐁신과 묵직 팥빵, 짭짤한 소시지빵, 치즈와 케첩이 임팩트를 남기는 피자빵, 쫄깃하고 담백한 각종의 베이글, 치즈 찰빵등을.
찌개 한번 안 끓여 봤어도, 빵 믿고 끼니 걱정 안 했던 그녀.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곳의 빵들은 그녀에게 아름답지 않다. 먹었지만 먹은 것 같지 않다. 낭패감을 느낀다. 사이로, 빵 잘 먹으니 해외서 끼니걱정은 없겠다며 농담하던 가족들과 지인들이 수시로 뇌리에 왔다 간다.
그래서 여자는 만든다. 기억 속 데이터는 손과 같이 부지런히 일한다. 먹어온 긴 시간을 스승 삼아, 여자는 먹고 싶었던 것들을 잘 만들어낸다.
영국남자는 예의 그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달고 시식의 의무에 임한다. 그의 표정과 품평은 여자를 화나게 한다.
'세상에, 양배추와 케첩을 넣은 샌드위치?'
' 아니 옥수수에 마요네이즈를 버무려 올렸다고?! 이게 빵이라고?!'
' 오- 이 검은 건 뭐, 팟? 팥?' ' 밤은 왜 넣어?'
'깨찰빵? 이것은 왜 이리 늘어나지?
' 토스트에 슈거를 뿌린다고?!'
' 오 디어.. 내가 원하는 건은 토스트에 버터, 마마이드면 돼, 아니면 토스트에 버터 햄슬라이스, 치즈. 이렇게 많은 품을 들여서.. 이런 것들을 안 만들어줘도 돼'
( 그녀의 어둑한 언어세계를 확장해 온 것은, 이 영국남자의 한결같은, 과한 솔직함이라고 확신한다.)
품을 들인, 그녀가 뿌듯히 재현에 성공한 추억 속 빵들은 혹평을 받고 그녀의 여러 끼니로 나눠어 졌다.
간혹 흥미로워하며 먹는 들, 트레이 두 판을 가득 채워 구운 빵들 중 두 개 이상 드는 일이 없는 남자다. ( 갓 구워낸 빵임에도!)
그녀의 추억 속 한국빵욕구도, 쌓인 빵들을 홀로 먹는 처지가 되자 사그라든다.
쌀가게 아닌 슈퍼마켓에서 주로 쌀을 사오게 된 한국처럼, 이 곳도 빵집 대신 주로 슈퍼마켓에서 빵을 사온다.
우리가 밥 지을 때만큼은 창의력보다는, 먹어온 대로의 방법을 고수하듯 이들도 우직히 먹어온 대로의 빵들을 고수한다는 것.이 심플한 것을 깨달은 건 계절이 몇 차례 지나고 나서다.
점차 기본 반죽에 충실해지고 변주는 적은 폭안에서도 가능해졌다. 크림을 비롯, 익숙해하지 않은 토핑들은 생략하거나 필링으로 변한다. 그리운 한국의 빵들을, 그와 이곳에 타협해 가며 구워낸다.
비록 그녀에겐, 완벽한 한국빵 재현이 아니지만. 한국식 레시피에 그들의 재료, 또는 그들의 레시피에 한국식 빵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니 만든 이나 먹는 이나 평화스럽다. 이질적인 것에는 망설임이 커도, 익숙한 재료나 모양새에서는 찬사가 큰 그들이다.
여자는 부엌으로 간다.
애증의 감자는 오늘도 눈에 보인다.
별생각 없이, 싹 오르기 전 해치워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감자빵이 오븐서 구워지면서부터 이미 다크호스임을 알린다. 감자와 밀가루, 이스트, 소금, 올리브 오일들은 폭죽이 터지듯 어우러지며 고소한 냄새를 풍겨댄다.
빵트레이를 내려놓기가 바쁘게 비워졌다.
눈 깜짝할 사이 빵 한판을 해치운 영국남자의 눈에서, 보기 힘들었던 황홀함이 비친다. (감. 자. 빵. 에서 그녀는 그의 천국을 엿보게 된 것이다.)
들어가는 재료가 건강해서, 이유식을 거치는 아이들에게 첫 빵으로 주었더니 그들에게도 황홀한 맛인 건지.
소박한 감자로 만든 빵은 그들의 눈에 별빛 달빛 반짝거림을 가져온다. 마무리까지 버둥대며 더 달라 난리다.
한국식 빵 퐁신함에, 영국인의 소울푸드인 감자의 결합체를 , 그래 말 그대로 뱃속에서부터 친숙한 맛인 걸려나. 좋아한다.
애증의 감자는 늘 부엌에 있고, 이제 찬거리가 부실하면 그녀는 감자빵을 만든다. 넉넉히 구워진 날은 갓 구운 감자향을 달고 옆집 아랫집으로도 보내지는 감자빵. 인기 최고 감자빵. 이젠 빵들이 오븐에서 나올 때면 영국남편뿐만 아니라 옆집 아랫집도 기웃거린다.
( Oh, dear dear me..oh, dear dear potatoes..)
* 그들이 사랑하는 감자빵 레시피
재료 : 강력분 500g, 삶은 감자 200-300g, 드라이이스트 7g, 소금 10g, 올리브 오일 80g, 감자 삶은 물 150-180g,
토핑용 옵션: 굶은 소금 약간, 초록색을 띄는 약간의 말린 허브 ex) 파슬리, 바질, 페넬 씨 등
1) 감자를 푹 익혀 식혀둔다.
2) 가루류에 감자와, 물, 올리브 오일을 넣고 섞어준다.
3) 감자삶은 물이 살짝 온기가 남아있을 때 넣었다면 30분이면 충분한 1차 발효. 원하는 크기로 나눠 둥글리기 후 성형 하여 2차 발효한다.
4) 예열된 오븐에 넣기 전, 반죽 표면에 솔로 올리브 오일을 살살 발라준다. 굵은소금과 허브가루도 중앙에 기호 따라 뿌려준다.
5) 예열된 오븐서 반죽의 사이즈에 따라 20- 28분가량 굽는다.
6) 한 김 식힌 후 따듯할 때 먹는다.
* 그녀에게 쌓인 감자빵 데이터 *
감자의 종류에 따라 반죽의 질기가 달라진다.
물기 없는 감자라면, 감자 삶은 물을 더 넣어준다.
물기 많은 감자라면, 물을 덜 넣으면 된다.
200°c 예열, 구워낸다면 바삭하게 구운 감자 향이 더 나는 듯하다고 이 여자는 생각한다.
200°c 예열 ->180°c 에서 굽거나 / 180°c 예열, 구워내는 것 다 ok. 식감과 향의 변화를 보며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유식으로 쓰거나 어린아이들에게 줄 때는 토핑용 소금 생략, 반죽에 쓰는 소금도 원하는 만큼 생략 가능.
어린아이들을 위해 올리브오일 양도 줄이는 것 가능.
하지만 올리브오일 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취향껏 더 부어 발효, 굽는 것을 추천. 그대로 포카치아로 변신.
피자 도우반죽로도 good.
모닝빵, 피자빵, 소시지빵으로 무한 변신 가능.
샌드위치 빵으로 또는 수프에 곁들이기에 정말 담백하고 속이 편해지는 빵이다.
.. 애증의 감자 또 사러 간다.